55개 정부위원회 지방추천위원 의무화한다
지방 의견 국정반영 창구 넓혀
중앙지방협력회의 보고 후 속도
기후위기 대응 등 국가의 중요한 환경정책을 다루는 중앙환경정책위원회에는 지방협의체가 추천하는 사람을 반드시 위원으로 위촉해야 한다. 청년일자리 등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야 하는 청년고용촉진특별위원회에도 지방협의체 추천 위원을 위촉하도록 하는 규정이 생겼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등 지방4대협의체 제안으로 시작된 정부위원회 지방 참여 확대 논의가 1년여 만에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지방 참여 대상으로 선정된 102개 정부위원회 가운데 절반인 55개 위원회에 지방참여 확대가 결정됐다. 나머지 47개 위원회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를 이어간다.
16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법제처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지난해 8월부터 ‘국가정책·입법 참여 개선 TF’를 구성하고 올해 7월까지 1년간 정부위원회에 지방 관계자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모색했다. 그 결과 각종 정부위원회에서 다루는 안건 중 지방 관계자가 참여할 필요성이 높은 102개를 선별해 소관 부처와 협의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관련 부처 동의를 얻어 지방 참여를 확대하기로 한 정부위원회는 모두 55개다.
우선 대통령령 개정으로 가능한 정부위원회 20개는 16일 국무회의에서 관련 시행령을 일괄 개정해 마무리했다. 또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한 26개 위원회 중 22개는 지방 참여를 확대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논의 중이다. 나머지 4개 위원회 관련 법률안도 조만간 개별적으로 개정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특수목적고등학교등지정위원회는 교육부령을 개정하면 지방 참여 확대가 가능한 위원회다.
정부위원회 지방 참여 확대 방안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도 안건으로 상정돼 논의됐다.
지방정부가 각종 정부위원회 참여 확대를 요구하는 이유는 지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가정책 상당수가 지방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각종 정부원원회에 지방 참여 비율은 심각하게 낮다. 지난해 말 기준 571개 정부위원회 중 지방협의체가 위원으로 참여하거나 위원을 추천하는 위원회는 14개(2.5%)에 불과하다. 이 14개 가운데서도 지방협의체(장)이 직접 참여하거나 위원 위촉을 의무화한 정부위원회는 고작 8개 뿐이다.
571개 정부위원회 중 개별 지자체나 지자체 추천 위원이 참여하는 정부위원회로 범위를 확대해도 전체의 8.8%인 50개만 지방 의견 수렴 창구가 있다.
따라서 지방4대협의체는 정부의 이번 조치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동반자적 관계 구축을 위한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유정복 시도지사협의회장은 “이번 국무회의에서 정부위원회의 지방 참여 확대에 관한 20개 대통령령 개정안이 통과된 것은 국정운영에 지방정부의 역할이 그만큼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방증”이라며 “앞으로 지역의 발전과 주민의 행복을 위하여 정부위원회에 대한 지방참여를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정부위원회 지방 참여 확대를 더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조원철 법제처장은 “이번 법령 개정은 지역의 특성과 현장의 정책 수요가 정책형성 과정에서부터 충실히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법제처는 지방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자치입법권이 한층 더 강화될 수 있도록 법령 개선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이번 개정을 통해 국토·산업·농업 등 주요한 국가정책 결정 과정에 지방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행안부는 앞으로도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와 동반자적 관계 속에서 지역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