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역사 품은 학교를 지켜주세요”

2025-12-16 13:00:11 게재

교육청, 학급수 감축 통보

종로구·학교·학부모 반발

서울 종로구가 100년 이상 역사를 품은 도심 내 학교를 지키기 위해 학부모와 손을 잡았다. 종로구는 교육청이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중학교 학급 수 감축을 통보한 이후 지난 12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16일 밝혔다.

종로구에 따르면 지난 5일 서울시중부교육지원청은 ‘2026학년도 중학교 소요 학급 편성 안내’ 공문을 통해 일부 학교에 학급 감축 계획을 통보했다. 계획에 따라 4개 중학교가 내년에는 각각 1개 학급씩을 줄여야 한다. 앞서 중앙중학교는 올해 벌써 교원이 줄었고 덕성여중과 배화여중도 학급 규모를 줄였다.

12일 회의에서 교장들은 학급 수와 교원이 줄면서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한 교장은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려면 학년당 최소 4개 학급은 필요하다”며 “일정 규모가 무너지면 학생간 교류가 끊기고 체육대회같은 기본적인 활동조차 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다른 교장도 “학생 수가 줄었다는 이유로 학급을 계속 감축하면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호소했다.

지난 12일 긴급 대책회의에서 정문헌 구청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종로구 제공

이 추세대로라면 종로지역에 있는 100년 넘은 학교들이 모두 문을 닫게 된다는 게 이들 입장이다. 실제 종로구에 있는 36개 초·중·고교 가운데 절반이 넘는 21곳이 100년 이상 됐다. 설립한 지 140년 된 곳도 있다.

학부모와 학생들도 반발하고 있다. 당사자들과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계획을 통보한 교육청에 대한 불만도 많다.

종로구는 서울시 전역에서 이들 학교를 선택하도록 자유학구제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역 특성과 인구 구조를 반영한 탄력적인 기준 적용을 촉구할 방침이다. 지난 15일 교육청에 협조 공문을 발송했고 교육감 면담을 요청할 예정이다.

정문헌 구청장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학교를 살리기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효율성만 내세우는 정책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교육 환경을 지키고 학교의 역사와 전통을 함께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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