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보건협회 퇴직금 중간정산 ‘무효’
법원, 10여 년간 관행적 중간정산 ‘부정’
12명에 차액 지급 명령 “지연이자 20%”
사단법인 대한산업보건협회가 장기간 관행처럼 시행해 온 퇴직금 중간정산이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산업보건협회는 퇴직 근로자 12명에게 정상 퇴직금과 이미 지급한 중간정산액의 차액을 지급하고, 일부 기간에 대해 연 20%의 지연손해금을 부담하게 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민사 41부(정희일 부장판사)는 지난 4일 A씨 등 전직 근로자 12명이 산업보건협회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전부 승소 판결 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9월 제기됐고 소송가액은 약 6억6000만원이다.
재판부는 산업보건협회가 2003~2010년과 2011년 11월~2012년 7월까지 반복적으로 실시한 퇴직금 중간정산에 대해 “사용자가 방침을 정해 대상자를 선정하고 동일한 양식의 신청서를 제출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며 “근로자의 자유롭고 자발적인 의사에 따른 중간정산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판결에 따르면 산업보건협회는 매년 근속연수 기준으로 중간정산 대상자를 정하고 주택 구입, 대출금 상환, 개인 사정 등 유형화된 사유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그러나 상당수 신청은 실제 재정 상황이나 시기와 맞지 않았고 신청서에 첨부하도록 된 입증자료도 제출되지 않았다. 특히 2005·2008년 관련 문서에는 ‘재정운영상 원활함’을 위해 중간정산을 실시한다는 취지가 드러나 사용자 주도의 정산임이 확인됐다.
산업보건협회는 소송 과정에서 “원고들의 필요에 의해 자유로운 의사로 중간정산을 신청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중간정산 신청서에 포함된 ‘이의 제기나 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합의에 대해서도 “퇴직금은 계속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후불적 임금”이라며 “퇴직 전 청구권을 포기하거나 소송 제기를 제한하는 약정은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의 강행규정에 반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각 원고의 퇴직일 기준 계속근로연수로 산정한 정상 퇴직금에 이미 지급된 중간정산액(원고별 500만~4100만원)을 공제한 차액 전액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지연손해금은 원고별 기산일로부터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다음 날부터 모두 갚는 날까지는 연 20%를 적용하도록 했다.
산업보건협회는 판결 관련해 “판결문 등 공식 자료를 토대로 내부 법무·인사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