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급증…전력은 어디서 구하나
천연가스 역할론 재부상
탄소중립 vs 산업화 충돌
인공지능(AI)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립이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시설이 필요로 하는 전력 규모다.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서버 몇 동이 모인 정보시설이 아니라 수백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력을 단일 시설이 소비하는 ‘에너지 집약형 산업 인프라’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6일(현지시간) ‘초대형 데이터센터가 몰려온다’ 기사에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호머시티에 조성되는 신규 데이터센터 단지는 필라델피아 도시권 전체 가정이 사용하는 것과 맞먹는 전력을 소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텍사스 루이지애나 와이오밍 등지에서도 수GW급 전력을 자체적으로 생산·소비하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데이터센터는 평균적으로 2030년 약 4300억kWh(430TWh)의 전력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시카고 16개 도시를 동시에 가동할 수 있는 전력량”이라고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 수요를 충당하는 가장 중요한 전력원은 천연가스가 될 전망이다.
이미 데이터센터 기업들은 호머시티 프로젝트의 천연가스 공급업체인 EQT측에 호머시티급 프로젝트 8개에 해당하는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만큼의 가스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연구소(EPRI) 아르샤드 만수르 회장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가스를 운송하게 될 것”이라며 “은퇴시켰던 석탄발전소마저 다시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데이터센터에서 불거진 전력수요 급증은 탄소중립 목표달성에 구조적 부담을 주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은 발전량 변동성이 커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24시간 무중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어렵다.
실제로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공언했던 빅테크 기업들조차 현실적인 전력 확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구글은 2025년 환경영향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IEA는 AI 데이터센터 수요를 충당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전력원이 천연가스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천연가스 발전은 출력 조절이 쉽고, 단기간에 대규모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데이터센터와 궁합이 맞는다.
그러나 천연가스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다. 데이터센터 확대가 가스발전 증가로 이어질 경우 탄소중립 달성 시점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2030년대 중반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뉴욕·시카고·휴스턴 대도시권을 합친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력망 부담도 문제다. 현재의 전력 인프라로는 추가 데이터센터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에 접속할 경우 기존 가정·산업용 전기요금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미국내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을 멈추기 어렵다는 현실론도 만만치 않다. AI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산업 주도권을 중국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결국 데이터센터는 또 하나의 선택지를 던지고 있다. ‘친환경 탄소중립’과 ‘산업 경쟁력 확보’사이에서다. 데이터센터를 어떻게 짓고, 어떤 전력으로 운영할 것인가는 이제 ‘기술의 문제’를 넘어 ‘국가 선택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