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저 이전 특혜’ 김오진 전 차관 구속

2025-12-17 13:00:15 게재

법원 “증거인멸 염려” 영장 발부

‘김건희 친분’ 21그램 수사 탄력

‘로저비비에’ 김기현 압수수색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연루된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차관이 구속됐다. 김 전 차관과 함께 청구된 전직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황 모씨의 구속영장도 발부됐다. 의혹의 주요 인물들이 나란히 구속되면서 특별검사팀의 관련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김 전 차관과 황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차례로 진행한 뒤 이날 오전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두 사람의 구속영장을 모두 발부했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이 20대 대선에서 승리한 후 관저를 이전·증축하는 과정에서 무자격 업체인 21그램이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따내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당초 다른 회사가 공사 의뢰를 먼저 받았으나 2022년 5월경 대통령경호처가 갑작스레 21그램으로 공사업체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21그램은 김건희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주최 전시회를 후원하고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설계와 시공을 맡았던 업체로 이 회사의 김태영 대표 부부가 김 여사와 친분이 깊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특혜 의혹이 일었다. 21그램은 계약하기도 전에 공사에 착수하고 종합건설업 면허 없이 하도급 공사를 진행하는 등 공사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차관은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1분과장으로, 윤석열정부 취임 후에는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으로 관저 이전 공사 실무를 총괄했던 인물이다. 이후 국토부 차관으로 영전했고, 총선에 도전했다가 경선에서 탈락한 후 공항공사 사장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황씨는 인수위 TF 1분과 직원으로 관저 이전 공사업체가 21그램으로 바뀌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팀은 지난 11일 김 전 차관과 황씨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김 전 차관과 황씨 등이 김 여사의 요청을 받고 21그램이 관저 이전 공사를 부당하게 따내는 데 관여했다고 의심한다.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김 여사가 21그램측으로부터 디올 제품을 받은 정황도 파악했다.

김 전 차관은 영장심사에서 21그램을 추천한 배경에 김 여사와의 친분관계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여사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은 것은 아니고 김 여사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강력한 추천이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김 전 차관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21그램을 누가 추천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김 여사가 추천한 사실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차관은 영장심사에서 업체 추천 및 선정과정에서 벌어진 불법행위는 일부 인정하지만 법리적 부분은 다툴 여지가 많다는 점을 들어 불구속 수사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법원은 관저 이전 공사를 주도한 김 전 차관의 구속 수사 필요성을 강조한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핵심 관계자인 김 전 차관과 황씨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막바지 관저 이전 관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김 여사가 관저 이전 공사업체 선정과정에 직접 개입했는지, 김 대표의 아내로부터 받은 디올 제품에 대가성이 있는지 등을 집중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특검팀은 김 여사의 로저비비에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이날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자택과 국회 사무처 의회방호담당관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지난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김 의원이 당대표에 당선되도록 도와준 대가로 김 의원의 배우자로부터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받았다는 의심을 받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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