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탓?…근본원인 화폐발행 폭증
한은, 통화량 증가 원인 해명 불구하고
유동성 팽창 원인, 본원통화 발행 폭증
코로나19 이후 M2 증가속도도 앞질러
"환율 영향 크지 않지만 자산버블 배경"
한국은행이 코로나19 이후 화폐 발행을 크게 늘리면서 시중 유동성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통화량이 큰폭으로 증가한 것이 환율 상승의 원인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통계적 함정이라고 해명했지만 근본적으로 중앙은행이 본원통화를 빠르게 늘린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이 16일 발표한 ‘2025년 10월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대표적 시중 유동성 지표인 광의통화(M2)는 10월 평균잔액 기준 4466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8.7% 증가했다. 전달 대비로는 0.9% 증가해 9월 증가율(0.7%)을 웃돌았다. 최근 우리나라 M2 증가율 장기평균이 7% 수준임을 고려하면 통화량 증가속도가 빠르다.
특히 미국의 M2 증가율이 비슷한 시기 4.5% 수준에 그쳤음을 고려하면 두배 가까이 빠른 셈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한국의 통화량 증가속도가 미국보다 빠르기 때문에 원화 가치가 하락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한은은 이날 별도의 참고자료를 통해 통화량 증가의 원인은 상장지수펀드(ETF) 등 수익증권 투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등 다른나라는 M2를 집계할 때 수익증권을 포함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이를 함께 집계해 더 크게 늘었다는 해명이다. 그러면서 한은은 내년부터 통화량을 집계할 때 국제통화기금(IMF) 권고에 따라 수익증권을 포함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박성진 한은 시장총괄팀장은 기자브리핑에서 “주식은 통화량에 집계하지 않지만 최근 국내 주식을 매도한 자금이 ETF로 이동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M2 증가액(41.1조원) 가운데 수익증권은 31조5000억원이나 늘어 76.7%를 차지했다. 지표로만 따지면 한은의 해명대로 수익증권을 뺄 경우 M2 증가율은 떨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통화량 급증이 가져오는 부동산가격 상승 등 자산가격 버블 등을 고려할 때 ‘한은 책임론’도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모든 시중 유동성의 근본 출발인 한은이 찍어내는 본원통화 증가속도는 협의통화(M1)는 물론 M2를 웃도는 수준이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10월 본원통화 평균 잔액은 298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10월(275.3조원)에 비해 8.4% 증가했다. 같은 기간 M2 증가율(8.7%)에 비해서는 낮지만 M1(8.1%)보다는 더 늘었다. 시계열을 좀 더 넓혀서 코로나19 이후 증가속도만 보면 본원통화 늘어나는 추세가 가장 빠르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직전인 2020년 1월을 기준으로 본원통화는 올해 10월까지 55.6% 늘었다. 이에 비해 M1(41.0%)과 M2(52.5%)는 본원통화 증가세를 밑돌았다. 한은이 2020년 5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와 금융시장 혼란을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50%까지 인하하는 등 완화적 통화정책이 상당기간 지속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한은이 본원통화 발행을 빠르게 늘리면서 시중 유동성 팽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박형중 우리은행 WM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이 본원통화를 늘리면 자연스럽게 시중 유동성이 증가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통화량이 늘어난다고 바로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기축통화인 달러와 원화의 증가율을 단순 비교하는 것도 무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통화량 증가에 따른 외환시장 영향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지만 국내 자산시장 버블로 이어진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는 평가다. 박 이코노미스트도 “코로나19 전에 비해 통화량이 대략 1500조원 이상 증가했는데 명목GDP 증가속도를 크게 앞선다”면서 “유동성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가면서 자산가격 버블을 불러왔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