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타운에서 혁신기업 자란다
대학·도시 잇는 창업 실험
현장 기반 문제해결 주목
서울시가 지원하고 대학이 운영하는 ‘캠퍼스타운’ 사업이 도시 혁신과 지역 성장의 전진기지로 진화하고 있다. 대학이 가진 인재와 기술을 지역과 연결해 실질적인 창업 성과로 이어가는 선순환 구조가 서울 곳곳 대학 캠퍼스 내에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
17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2017년 시작된 서울시 캠퍼스타운은 서울 소재 대학 39곳이 참여하며 지금까지 3300여개의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각 대학은 창업 공간 제공과 멘토링, 투자 연계 프로그램 등을 통해 예비 창업가들을 지원하며 ‘창업하기 좋은 도시 서울’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고려대학교 캠퍼스타운은 가장 먼저 사업을 시작해 청년 혁신기업을 지속적으로 배출해온 핵심 거점으로 평가된다. 안암동 일대를 기반으로 대학과 지역이 함께 상생하는 ‘대학연계형 창업 생태계’를 구축해 온 고대캠퍼스타운은 단순한 사무 공간 제공을 넘어 실질적인 기술·사업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성과도 뚜렷하다. 고려대 캠퍼스타운은 9년간 209개의 창업팀을 지원했고 이들이 만들어낸 투자유치 규모는 562억원, 매출은 687억원에 이른다.
고려대 관계자는 “창업을 통해 대학과 지역을 함께 활성화시키는 모델에서 AI·첨단기술 기반의 전문 창업팀을 육성하며 사업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대캠퍼스타운이 배출한 스타트업 ‘유이즈소프트’는 대학 창업 생태계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유이즈소프트는 대학 입학전형 평가 시스템을 전문적으로 구축·운영하는 기업이다. 캠퍼스타운 지원을 발판 삼아 기술 고도화와 시장 확대를 이루며 주목받고 있다.
유이즈소프트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포함한 전국 60여개 대학에 입학평가 시스템을 제공하며 대내외적으로 인지도와 신뢰를 쌓았다. 다양한 전형 구조와 평가 방식을 세밀하게 반영하는 맞춤형 시스템을 구축해, 평가의 안전성과 정확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해왔다.
창업자는 대학 입시 평가 업무를 경험하면서 대학별로 원하는 평가 기준과 목표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고 보안·맞춤화·안정성 문제를 해결할 필요를 절감했다. 이를 기반으로 유이즈소프트는 초기 아이템에서 출발해 현재 6개 이상의 평가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으며 전국 대학 시장으로 영역을 넓혔다.
입시 평가 시장은 경기와 무관하게 꾸준한 수요가 있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보안 기반 맞춤형·최적화가 가능한 솔루션 제공이 핵심 경쟁력이 된다. 유이즈소프트는 이 같은 기술적 강점을 발판삼아 주요 대학과의 협업을 수행해왔다.
유이즈소프트가 캠퍼스타운과 시너지 효과를 거둔 대목은 ‘현장 요구 기반 문제 해결’이다. 창업 초기부터 대학 현장의 목소리를 기능 설계에 반영하면서 실사용자의 활용 성과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는 점에서 캠퍼스타운이 지향하는 현장 중심 문제해결의 모범 사례도 지목된다. 향후 유이즈소프트는 수도권·지방을 넘어 전국 모든 대학에 안전한 평가 시스템을 제공하며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평가 시장 진출까지 목표로 삼고 있다.
고대캠퍼스타운 관계자는 “캠퍼스타운은 이제 단순한 대학 연계 창업 공간을 넘어 지역과 청년, 기술과 시장을 연결하는 혁신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고대 캠퍼스타운과 그 안에서 자란 유이즈소프트 등 창업 기업 모델은 캠퍼스타운의 진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