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운동 프로그램 체육관보다 낫네
양천구 신정동 별관 ‘건강증진센터’ 인기
본관-목동·신월지소까지 4곳 유기적 연계
“75세 넘으면 못한대요. 그러면 우리는 얼마 안남았으니까 내년에도 신청하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기구를 처음 사용해봤는데 몸살나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지금은 아픈 게 사라지고 유연해졌어요. 지구력도 생겼고.”
서울 양천구 신월동과 신정동에 사는 서귀례(73)씨와 추은영(70)씨가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이어간다. 집에서부터 30~40분을 꼬박 걸어왔다는 박나숙(67·신정동)씨도 “여러 근육을 쓸 수 있게 잘 알려준다”며 “동네 놀이터에서 걷기만 하다가 처음 운동을 하는데 너무 좋다”고 말했다. 모두 양천구보건소 별관 건강증진센터에서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오후 ‘순환운동’에 참여하는 주민들이다.
17일 양천구에 따르면 지난 3월 문을 연 보건소 별관에서 주민들에게 단연 인기를 끄는 공간은 3층 건강증진센터다. 당초 감염병 업무를 담당하는 보건소가 들어선다고 해서 반발이 컸는데 주민들 수요가 큰 센터를 조성해 효과를 봤다.
특히 순환운동은 상·하체 대근육을 단련할 수 있는 기계와 유산소운동 기계까지 12종을 갖추고 있는데 민간 체육관보다 시설이 뛰어나다. 20~75세 주민 중 신청을 받아 정상군과 만성질환군으로 분류한 뒤 요일·시간별로 순환운동을 진행한다. 운동사 2명이 질환별 기능 회복과 운동 효과를 고려해 맞춤 운동을 돕는다.
10분 체조로 시작해 45분 가량 운동을 이어간다. 한 기계에서 1분 운동을 한 뒤 바로 옆으로 이동하면서 총 두바퀴를 도는 방식이다. 12명이 놀이처럼 운동을 하는데 한바퀴가 끝날 즈음이면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두바퀴째에는 여기저기서 신음소리가 들린다.
1주일에 90분씩 12주 과정을 3기째 운영 중인데 변화가 뚜렷하다. 1기 참여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운동 전과 비교해 체지방률은 2.75%p 줄었고 골격근 질량은 1.59% 늘었다. 특히 최대 근력이 25.37%나 향상됐다. 만족도는 98%에 달한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 반응도 비슷하다. 40년간 운동을 하고 있다는 최경심(70·신정동)씨는 “보건소라 시시하게 봤는데 그렇지 않다”며 “체육관과 달리 운동 강도가 세지 않으면서도 땀을 흘리고 근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동네 주민 김춘자(74)씨는 “다리 수술한 이후 운동을 하지 않아 살이 찌고 갑자기 우울증이 와서 약을 먹었는데 석달 가까이 순환운동을 하면서 약을 끊었다”며 “지루하지 않아서 재미있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건강증진센터에는 순환운동실과 함께 체력과 족압 스트레스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신체기능평가실, 몸의 균형과 회복을 위한 다양한 과정을 진행하는 다목적 스튜디오가 있다. 지하 1층에서는 만성질환 관리 접수부터 진료 검사까지 진행할 수 있고 장애 특화 체성분 측정기와 휠체어 체중계 등 특수장비도 갖추고 있다. 1층에는 임신 전 건강검진과 난임·임산부 의료비 지원을 하는 ‘아이맘센터’, 2층에는 요리를 매개로 식습관 개선을 돕는 건강요리교육실이 자리잡고 있다.
양천구는 별관을 비롯해 구청 인근 보건소 본관, 목동·신월보건지소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각 공간 특성에 맞는 건강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보건소 별관에서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서비스와 다양한 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민 모두가 건강한 일상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며 “주민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