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과 인공지능
관광산업 인공지능 전환, 구조 개편 필요
관광공사 “인공지능 도입, 선택 아닌 생존 전략” … 공공 주도 데이터·기반 구축 강조
인공지능(AI)이 관광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기술 도입을 넘어 산업 구조와 체질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18일 발표한 ‘관광 인공지능 구현을 위한 관광산업 대응 방안’ 보고서는 관광산업의 인공지능 전환이 개별 기업의 기술 도입이 아닌 공공 주도의 생태계 구축을 통해 추진돼야 함을 제시한다.
관광산업의 인공지능 전환을 둘러싼 논의가 ‘기술 도입’ 단계를 넘어 산업 구조 전반의 체질 개선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관광공사는 인공지능을 관광산업의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규정하면서도, 단편적인 기술 도입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전환이 어렵다는 진단을 내놨다. 공사는 데이터 표준화, 인력 양성, 공공 기반 구축을 핵심으로 하는 단계적 관광 인공지능 전환 전략을 제시하며 공공의 역할 전환을 강조했다.
◆‘관광 디지털 지능정보 서비스업’ 필요 = 관광공사가 18일 발표한 ‘관광 인공지능 구현을 위한 관광산업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관광 현장에서는 인공지능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으나 실제 준비 수준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산업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7.0%는 ‘인공지능 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지만 조직의 인공지능 준비도가 ‘보통 이하’라는 응답도 73.8%에 달했다. 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과 전문 인력의 부재(41.0%), 예산 부족(26.6%) 등이 준비도가 낮은 주요 요인으로 지적됐다.
관광공사는 이러한 간극의 원인으로 관광산업의 구조적 특성을 꼽았다. 관광산업은 중소 사업자 비중이 높고, 데이터가 분절돼 있으며 표준화 수준도 낮아 개별 기업이 자체적으로 인공지능을 도입·활용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향후 관광 인공지능이 단순 정보 제공이나 추천 서비스 수준을 넘어, 복잡한 업무를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에이전트 인공지능’과 현실 공간과 결합된 ‘피지컬 인공지능’으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현 상황으로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인공지능 도입 효과는 이미 일부 지역에서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관광공사는 스마트관광도시와 스마트도시 사업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인공지능 기반 관광 서비스가 방문객 수와 지역 소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부산 수영구는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 도입 이후 방문자 소비가 25.7% 증가했으며, 경남 김해시는 11.7%의 소비 증가 효과를 보였다. 강원 강릉시의 경우 월평균 방문자 수가 8.4% 증가하고 소비도 4.6%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인공지능이 맞춤형 정보 제공과 혼잡도 분산을 통해 관광객의 체류와 소비를 유도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광공사는 더 나아가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포함하는 ‘관광 디지털 지능정보 서비스업’을 새로운 산업 분류로 제안했다. 기존 관광산업 분류 체계에 비해 인공지능 데이터 요소를 반영한 새로운 분류를 적용할 경우 생산유발효과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평균 6.1%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관광산업을 단순 서비스업이 아닌 ‘경험 경제’ 기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정의할 필요성을 시사한다는 평가다.
◆“지역 소멸 위기 관광지에 새로운 활력” = 보고서는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관광 인공지능 전환의 해법을 ‘공공 주도 생태계 구축’에서 찾았다. 개별 기업의 자율적 도입에 맡기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공이 데이터와 토대를 설계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습 가능한 형태로 표준화된 관광 데이터셋 구축 △관광산업 특화 인공지능 인력 양성 체계 마련 △민간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기술 실증 환경(테스트베드) 제공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관광공사는 2030년을 목표로 한 단계적 로드맵도 제안했다. 향후 1~2년은 데이터 표준과 윤리 가이드라인을 정립하는 ‘기반 설계’ 단계로 설정하고 3~5년 차에는 중소 관광기업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공용 인공지능 모델과 서비스 확산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관광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지은 관광공사 관광컨설팅팀장은 “인공지능은 지역 소멸 위기를 겪는 관광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강력한 도구”라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광산업 전반이 데이터를 원활하게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