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기준금리, 다시 물가가 변수되나

2025-12-18 13:00:01 게재

이창용 “현재 환율 지속되면 내년 소비자물가 2.3%”

지난 1년 물가 안정세 따라 부담없이 금리 인하 가능

한은, 금리인하 열어 뒀지만 내년 물가 상방압력 커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데서 물가 변수가 다시 부상할 조짐이다. 지난해 이후 물가가 상대적으로 안정화되면서 기준금리 결정 과정에서 부담을 덜어줬던 것에서 환율 등의 변수가 커지고 있어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7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현재의 환율 정도면 물가 전망치에서 0.2%p 올라간다”면서 “딱 찍어서 얘기하면 2.3%”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내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수준의 안정적 기조를 예상하면서도 지금과 같은 높은 환율이 지속되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에 앞서 한은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내년도 경제전망을 하면서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1%로 상향 조정했다. 2027년 물가 상승률도 기존보다 0.2%p 높여 2.1%로 예상했다. 올해는 2.3%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이 총재의 물가전망도 추가 상승의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당장 환율 전망이 불안하다. 최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80원대에 육박하는 등 고공행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1500원을 넘어서 고환율이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안팎으로 안정세를 유지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 등 변수는 많다. 여기에 미중 갈등 양상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 변수도 상존한다. 실제로 최근 우리나라 수입물가는 국제유가 안정에도 환율 급등에 따라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2.2% 상승해 올해 6월(-6.2%) 하락세에서 급반전됐다.

수입물가 상승은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에도 일정한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친다. 지난 10월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1.5%, 소비자물가는 11월 2.4% 상승해 오름세가 커지는 양상이다. 한은이 지난 5월 경제전망 때만 해도 올해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9%로 예상했다가 불과 6개월 만에 0.4%p나 높게 내다봤듯이 향후 물가 변동성의 폭은 더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물가가 계속 오름세를 보이면서 통화정책에도 일정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사실 한은은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3.25%로 인하한 이후 올해 5월까지 네차례에 걸쳐 2.50%까지 빠르게 내리면서 물가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0월(1.3%)과 올해 5월(1.9%)까지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0% 수준을 밑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이후 소비자물가가 지속적으로 2%를 상회하고 상황에 따라 2% 중반대까지 변동성이 커지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한은 금통위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다소 높아졌다”고 통화정책결정문에 적시했다.

금통위는 또 당시 결정문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다”고 하면서도 10월 결정문에서 적시한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간다”는 표현에서 후퇴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이후 가진 기자설명회에서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전망과 관련 인하와 동결이 금통위원 내에서 3대 3 동수로 갈렸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인하 전망이 우세했던 것에서 동결이 더 길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 총재는 다만 금융시장 일각에서 나오는 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에 대해서는 “인상으로 전환하기까지는 평균 12개월이 걸린다”면서 통화긴축으로 급선회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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