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입찰 담합’ 전력기기 업체 5명 구속영장
“6700억원 규모 담합으로 전기료 상승”
검찰, 서민경제 교란 담합행위 적극 수사
한국전력공사가 발주한 설비장치 입찰 담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LS일렉트릭 등 전력기기 제조·생산업체 임직원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최근 LS일렉트릭과 일진전기 등 전력기기 업체 임직원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22일 이정재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해당 업체들은 2015~2022년 한전이 가스절연개폐장치 구매를 위해 실시한 일반경쟁·지역제한 입찰에서 사전에 물량을 배분하기로 합의한 뒤 차례로 낙찰 받은 혐의를 받는다.
발전소나 변전소에 설치되는 가스절연개폐장치는 과도한 전류를 신속하게 차단해 전력설비를 보호하는 장치다.
전력기기 업체들의 담합 행위로 인해 가스절연개폐장치의 낙찰가가 상승했고, 전기료 상승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이 추산하는 담합 규모는 6700억원에 달한다.
이번 검찰 수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로 시작됐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이 사건과 관련해 담합이 의심되는 10개 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39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6개 사업자를 고발한 바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나눠 물량을 배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담합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참여자가 모두 모이지 않고 대기업군은 총무회사인 일진전기와 LS일렉트릭을, 중소업체는 한국중전기사업협동조합과 제룡전기를 내세워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업체는 합의한 물량배분 비율만큼 낙찰을 받았고, 낙찰률은 평균 96%를 상회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업체들은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다툼을 진행하고 있다.
공정위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 10월 LS일렉트릭, 일진전기와 함께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등 6개 전력기기 업체와 조합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화했다. 검찰은 이후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조사를 진행해 우선 범행 관여 정도가 뚜렷한 임직원들부터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에 따라 구속영장 청구 대상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한편 검찰은 담합 행위를 서민 경제를 어렵게 하는 중대범죄로 보고 최근 적극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9월 설탕가격 담합 의혹 수사에 나서 지난달 CJ제일제당 전 한국식품총괄 임원과 삼양사 전 대표이사를 구속기소하는 등 관련자 11명을 재판에 넘겼다. 또 지난 11일에는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선제분 등 제분업체를 압수수색하며 밀가루 가격 담함 의혹 수사를 본격화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