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고

초등 5·6학년 영어, 문법을 서두르기보다 ‘구조 이해’부터

2025-12-18 17:40:04 게재

초등 5·6학년은 영어 학습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전환기다. 이 시기에 흔히 선택되는 방식은 문법 특강이나 문제집을 단기간에 끝내는 학습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이 아이들의 영어 실력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리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문법 문제집을 많이 푼다고 해서 문법 실력이 자동으로 향상되지는 않는다. 문법 학습의 목적은 규칙을 암기하는 데 있지 않다. 한국어와 다른 영어의 어순과 문장 구조를 이해하고, 그 원리를 바탕으로 문장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데 있다. 하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챕터별 문법 설명 후 빈칸 채우기나 선택형 문제 풀이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은 그날 수업에서는 이해한 것처럼 느끼지만, 한글 문장을 보고 영어 문장 전체를 써야 하는 서술형 과제 앞에서는 쉽게 막힌다.

또한 문법 학습이 누적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한 챕터에서 배운 내용이 다음 단원에서 충분히 반복·확장되지 않다 보니, 지식이 구조적으로 쌓이지 않는다. 문제집은 여러 권 풀었지만 문장을 정확히 읽고 글의 의미를 파악하는 독해력은 오히려 뒤처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상태로 중학교에 진입하면 문법 문제와 독해 모두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기 어렵다.

이 시기에 우선되어야 할 것은 ‘빨리 끝내는 문법’이 아니다. 품사와 문장 성분을 통해 문장의 구조를 차분히 보는 훈련이 먼저다. 단어가 문장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주어·동사·목적어·보어를 정확히 구별하고 분석하는 능력은 수학의 사칙연산과 같은 기본기다. 문법과 서술형을 따로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문장을 보더라도 구조를 스스로 이해하는 힘이 영어 학습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러한 기초가 갖춰질 때 비로소 중학교 시험은 물론, 고등 수준의 복잡한 문장까지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학습으로 나아갈 수 있다.

라이프어학원 김세영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