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힘 실은 고려아연 미 제련소
증권가 “한미 경제안보 동맹의 전략자산”
재무 부담에도 ‘공급망 재편’ 전략적 판단 평가
미 핵심광물 11종 생산…정부·미 상무부 지원 가능성
정부가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설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놓으면서 이번 투자가 단순한 해외 생산기지 확보를 넘어 한·미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도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의 전략자산으로 자리매김하며 한미 경제안보 동맹의 상징적 기업으로 위상이 높아질 것이란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업무보고를 마친 뒤 고려아연의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제련소 건설 계획과 관련해 “재무적 부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희귀광물 공급망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주무장관으로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앞서 지난 15일 미국 정부 등 전략적 투자자들과 함께 총 11억달러(약 11조원)를 투자해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대규모 제련소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김 장관은 “지난 8월 양국 간 MOU를 통해 일정 부분 사전 교감이 있었다”며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희토류와 희귀광물의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의미 있는 투자”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재무적 부담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김 장관은 “고려아연이 수익성과 비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판단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미국 상무부를 비롯해 미 정부도 적극 환영하고 있는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달 체결된 한·미 대미 투자 MOU에 따라 조성될 한미전략투자기금과 관련해서도 “해당 펀드 활용 가능성을 미국 상무부와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지원 여지를 시사했다.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는 아연·연·동 등 산업용 기초금속을 비롯해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 등 총 13개 품목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11종은 미국이 지정한 ‘2025년 핵심광물 목록(List of Critical Minerals)’에 포함돼 있다. 업계에서는 해당 제련소가 한·미 자원안보 동맹의 핵심인 ‘핵심광물 밸류체인’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의 평가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맥쿼리증권의 홍광표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의 공급망 재편 전략 속에서 ‘전략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한투자증권 박광래 연구원 역시 “미국의 공급망 재편 기조 속에서 고려아연이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며 “미국 정부의 직접적 지원과 참여는 이번 투자가 단순한 민간 해외투자를 넘어 한미 경제안보 동맹의 상징적 자산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사업성에 대한 전망도 밝다. 다올투자증권 이정우 연구원은 “미국 제련소에서 생산될 광물 대부분은 미국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라며 “미국 내 수요처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증권 백재승 연구원도 “가격 변동성과 차입금리 등 변수는 존재하지만, 미국 공급망 밸류체인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판매 리스크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긍정적 신호와 미국 정부의 환영, 증권가의 우호적 분석이 맞물리면서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는 향후 한·미 핵심광물 협력의 대표 사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