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기술인 기능한국인
대한민국 숙련기술의 자부심, 청년 기술인재의 귀감
노동부, ‘2025년 3·4분기 이달의 기능한국인’ 6명 선정 … 2006년 8월 시행이래 현재까지 226명 배출
고용노동부는 18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2025년도 3·4분기 이달의 기능한국인 시상식’을 열고 우수 숙련기술인 6명을 선정해 시상했다.
‘이달의 기능한국인’은 기술인의 자긍심을 높이고 숙련기술인이 인정받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2006년 8월부터 시행된 제도다. 매월 직업계고 또는 전문대를 졸업한 뒤 산업현장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중소·중견기업을 운영하는 숙련 기술인 중에서 사회적 귀감이 되는 인물을 매월 한명씩 선정한다. 지금까지 기능한국인 총 226명의이 배출됐다. 매년 후배들에게 기술인재로 성장을 격려하기 위한 장학금 전달 및 기술전수뿐만 아니라 산불피해지역에 성금 기부 및 피해지역 봉사활동 등으로 성공한 숙련기술인으로 귀감이 되고 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기능한국인 여러분은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산 증인으로서 작은 노력과 꾸준한 헌신이 쌓여 결국 큰 변화를 이뤄냈음을 몸소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의 기술 성과는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온 여러분의 숭고한 헌신 덕분”이라며 “청년들이 미래 기술 인재로 굳건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경험과 지혜를 나눠주고 등대 같은 길잡이가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2025년 3·4분기 이달의 기능한국인’ 수상의 영예를 안은 숙련기술인은 △7월 문성호 문창 대표△8월 유신하 정인시스템 대표 △9월 윤성식 세아씨엔티 대표 △10월 김영구 한라IMS 대표 △11월 정한철 정채움 대표 △12월 정선용 금강엔지니어링 대표 등 6명이다.
“깨끗한 물로 안전을 지키다,
세계 최초 면진형 물탱크”
7월의 기능한국인 문성호(71) 문창 대표는 젊은 시절 콘크리트 물탱크의 누수·오염 문제를 직접 경험한 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 결과 지진에도 무너지지 않는 면진형 물탱크와 테인리스(STS) 라이닝 공법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문 대표는 ‘기술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철학 아래 학교·병원·정수장의 안전한 물 환경을 구현해왔다.
최근 20년간 IP5(전세계 특허 출원의 약 85%를 차지하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유럽 5개국) 물 저장 특허 등록 세계 1위를 비롯해 다수의 특허를 확보했다. ISO(국제표준화기구) 인증과 조달청 품질보증·우수·혁신제품 지정 등을 통해 신뢰성을 입증했다, 석탑·은탑산업훈장과 대통령 표창, 혁신상 10년 연속(명예의 전당) 등 수많은 정부 훈장과 포상을 받았다.
문 대표는 “앞으로는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물탱크’로 효율성과 안전성을 더욱 높이고 면진형 기술의 해외 보급을 확대하겠다”며 “청년 기술인 교육·멘토링도 지속해 ‘끝까지 해내는 기술인’ 양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전기를 통해 세상을 밝히다,
신념으로 이룬 국산화”
8월의 기능한국인 유신하(65) 정인시스템 대표는 전기가 부족하던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불빛 하나 켜기 어려웠던 그 시절, ‘모든 국민이 전기를 풍요롭게 쓰게 하겠다’는 신념으로 1997년 작은 유통업으로 창업해 2009년 전력산업에 진출했다.
유 대표는 전력 및 철도 분야의 핵심 전력기기 국산화를 이끌어온 전문가로 ‘25.8kV 에폭시절연 부하개폐기’ 국산화에 성공해 국내 전력산업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이후 ‘25.8kV 에코절연 부하개폐기’ ‘25.8/29kV EGIS’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했고 5건의 특허와 4건의 디자인등록, 1건의 실용신안 등록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특히 ‘송전·배전선로의 고장구간 자동개폐장치’는 현장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인 혁신기술로 평가받는다.
30여년간 기술개발에 매진해 탄소중립 흐름에 맞춰 신재생에너지·친환경 전력 기술을 추진하며 관련 산업 기반을 넓혀나가고 있다.
그는 9년간 한국중전기사업협동조합 이사장으로서 한국전력공사 간 가교역할을 맡아 협력과 표준화를 이끌고 있다. 폴리텍대·특성화고 출강 및 장학사업으로 후진 양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현장에서 답을 찾다,
스마트 자동화로 지속가능 제조를 이끌다”
9월의 기능한국인 윤성식(50) 세아씨엔티 대표는 학창시절 미술에 대한 주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사물의 움직임에 대한 호기심으로 공학을 선택했다.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실수를 많이 겪으면서도 ‘내가 만든 결과물엔 내 이름이 달린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책임졌다. 매뉴얼로도 풀리지 않으면 밤새 배선·센서·구동부를 하나씩 확인하며 원인을 찾았다.
윤 대표는 공장자동화장비 분야의 숙련 기술인으로, 자동차·가전 라인의 조립·검사·물류 설비를 직접 개발하여 스마트공장 전환을 이끌었다.
최근에는 노후 태양광 설비를 친환경 장비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자동화·검사·가전, 자원화 관련 특허 3건과 ISO 인증 등을 획득했다. 중소벤처기업부·교육부 장관상 등으로 기술혁신과 사회공헌을 인정받았다.
윤 대표는 멘토링과 산학협력을 통해 현장 인재를 육성해 왔으며, 이로 따라 고용노동부 인적자원개발 우수기관, 숙련기술장려 모범사업체 등 인증받았다. 그는 “기술의 깊이는 현장에서 만들어졌다”며 “쓰러질 것 같을 때 한번 더 버틴 시간이 결국 답을 보여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산화로 조선기자재의 기준을 세우다,
세계로 확장한 기술력”
10월의 기능한국인 김영구(66) 한라IMS 대표는 부산기계공고 시절, 용접·배관 등 기초 기계기술을 익히며 ‘기술은 손기술뿐 아니라 태도와 책임을 함께 배우는 것’임을 깨달았다. 1980~1990년대 급성장하던 조선 현장에서 외국산 장비 의존 문제점을 직접 경험하며 “국산 핵심 기술 없이는 산업 경쟁력은 한계가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게 됐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1995년 한라IMS를 창업했다.
그는 외국산 중심이던 조선·해양 기자재 분야에서 핵심 장비를 국산화해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다수의 특허와 ISO 인증을 바탕으로 한라IMS는 부산 강서구 화전 본사와 2공장, 범방3공장, 광양사업장, 중국 생산법인 등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5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며 전체 매출액의 60% 이상을 해외 시장에서 창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AI·IoT 기반 스마트 선박 기술과 친환경 기자재 국산화, 해외 시장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기술의 힘은 꾸준함에서 나오며 산업의 미래는 청년 기술인에게 달려 있다”고 밝혔다.
“손맛을 기술로 확장하다,
양념육 제조의 표준을 만들다”
11월의 기능한국인 정한철(54) 정채움 대표는 해군 조리병 경험을 계기로 요리를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작품’으로 여기며 제대 후 외식경영 등 관련 전공을 공부하며 전문성을 쌓았다. 작은 차이도 그냥 넘기지 않는 습관으로 양념육 전문 공정을 표준화해 대량생산에서도 손맛을 유지하는 기술 기반을 이뤄냈다.
그는 팽이버섯 추출물 양념소스, 매운 제육 양념, 육가공품 포장 장치 등 핵심 공정에 대한 특허를 확보하고 원료육 절단부터 포장까지 전공정을 운영하며 맛·품질·위생의 일관성을 지켜왔다.
정 대표는 충남 홍성군 혜전대, 전북 군산시 호원대, 대전생활과학고 등과 업무협약을 맺어 현장실습, 취업을 연계하고 기능경기대회 훈련 식자재를 지원하는 등 후배 기술인 양성에도 힘써왔다.
그의 최종 목표는 ‘기술로 사회적 약자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다. 장애인과 청년, 경력단절자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사회적 기업 모델을 꿈꾼다.
정 대표는 “많이 보고 배우고 느끼며 변화하는 트렌드를 읽어 자신의 작품에 녹여낼 줄 아는 사람이 진짜 기술인”이라고 말했다.
“환경을 기술로 해결,
수처리 혁신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다”
12월의 기능한국인 정선용(61) 금강엔지니어링 대표는 천안공고 화공과 졸업과 동시에 화학분석 기능사 자격을 취득하며 환경오염물질 분석 업무에 뛰어들었다.
그의 진로를 결정지은 계기는 첫 폐수처리 시설 설계·시공 경험이었다. 오염된 폐수가 공정을 거쳐 맑은 물로 돌아오는 순간 ‘이 기술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자연을 되살리는 일’이라는 사명감을 느꼈다. 1997년 금강엔지니어링을 창업해 수처리 전문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는 융합형 하·폐수 고도처리 시스템, 전기분해 폐수 처리장치 등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다수의 특허와 ISO 14001 환경경영 인증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산업현장의 오염 저감과 처리 효율 향상을 이끌었다.
정 대표는 대학 강의·사내 교육·장학 지원으로 환경기술 인재를 꾸준히 키워왔다. 회사 기술을 지역기업과 청년들에게 개방해 실습·학습 기회를 제공하며 ‘환경산업 전체가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그는 “환경 기술은 직업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이라며 “앞으로도 미세플라스틱 등 신규 환경문제 해결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