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내란재판부법 속도전…조희대 압박하려다 재판 지연될라
사법개혁안도 1월 중 통과 … “1심 선고 압박용”
대법원, 내란재판부 예규로 명분 약화 시도 나서
재판 중지·지연 가능성 여전 … 곳곳 부작용 우려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오는 24일 통과시키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내란전담재판부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법 통과로 재판부의 1심 선고에 영향력을 미치겠다는 의지가 강하지만 위헌심판청구에 따른 재판 중지나 재판부 구성 난항으로 오히려 재판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대법원에서 스스로 내란전담재판부를 만들 수 있는 예규를 내놓으면서 내란전담재판부 법 강행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19일 여당 지도부 핵심관계자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는 12.3 내란과 관련한 1심 선고에 대한 압박이면서 촉구의 의미가 강하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1심 선고가 무죄나 낮은 형량으로 나오는 부실재판이 이뤄진다면 2심 내란전담재판부에서 ‘1심 선고’의 부적절함을 드러낼 것이라는 무언의 압박이라는 얘기다.
윤 전 대통령의 6개 재판 중 첫 1심 선고는 내년 1월 16일로 잡혔다. 구속 만기일 이틀 전이다. 혐의는 체포 방해와 국무위원 심의·의결권 침해 혐의다. 또 통일교 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혐의를 받는 김건희 여사, 정치자금법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의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1심 선고일은 같은 달 28일이다. 1월에는 12.3 비상계엄 주동자들에 대한 재판부의 첫 판단이 나오는 셈이다.
민주당은 이에 따라 내란전담재판부 법을 올해 안에 통과시켜 발효해 놓고 내년 1월 초반에는 역시 사법부 압박용으로 활용될 수 있는 사법개혁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법의 위헌가능성이 있는 ‘1심 재판부터 적용’과 ‘법무부장관과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인사의 재판부 추천권 부여’ ‘사면복권 제한’ 등을 수정했지만 여전히 위헌 논란은 남아있다. 이 법에 통과되자마자 사법부나 국민의힘 등에서 위헌법률심판청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전날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민주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수정안에 대해 “위헌성 등 간과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며 “사법행정권은 사법권에 속하고, 사무분담과 사건배당은 사법행정의 핵심”이라고 했다. 위헌심판청구가 제기되면 2심 재판이 중지될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의 예규를 내놓은 것은 민주당의 ‘내란전담재판부 법’ 강행 명분을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법 통과 직전에 대법원이 예규를 내놓은 것은 민주당의 법 통과 명분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실제로 여론이 그렇게 갈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법안과 예규는 다르며 예규는 언제든 바꿀 수 있고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법안은 법안대로 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내란전담재판부 법안이 실제 실행된다하더라도 내란전담재판부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사법부가 추천을 하지 않는 등 ‘저항’에 나설 수도 있다. 천 처장은 이미 “1차로 일부 판사가 판사를 지정하고 2차로 대법원장이 지정하도록 돼 있는데 이건 역사를 거꾸로 가는 것”이라며 “대법원장이 재판할 판사를 정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사법 역사에 비춰 후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3심인 대법원이 전심인 2심 재판부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전심 재판 관여라는 법리적 문제도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법안을 수정하면서 전담재판부 판사를 법원 내부 추천을 거쳐 대법관 회의를 통해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했다.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사법부에서 추천과 임명 절차를 거부하거나 지연할 경우엔 민주당이 할 수 있는 방법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저항할 경우 민주당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과도한 사법부 개입보다는 지켜보는 게 적절해 보인다”며 “법안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