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49.3% 손실, 증권사는 최고 수익
금감원, 투자자 유치 과당 경쟁 확인
현장 점검 → 검사 전환, 대상 회사 확대
“위법·부당행위 발견시 영업 중단 등 조치”
해외 주식투자에 나선 서학개미들의 절반 가량이 손실을 보고 있는 반면에 증권사들은 역대 최고 수준의 수수료 수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투자자 유치를 위한 증권사들의 과당 경쟁을 확인하고 대대적인 검사를 벌이기로 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해외투자 거래 상위 6개 증권사와 해외주식형 펀드 상위 운용사 2곳에 대한 현장 점검을 벌인 결과 증권업계 전반에서 해외투자 고객 유치를 위해 공격적인 이벤트를 벌이고 수수료 수익 등을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하는 등 해외투자 영업을 적극 독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위험고지는 부족했다.
증권사들은 해외주식을 일정금액 이상 거래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거래금액에 비례해 현금성 리워드를 지급하거나 해외주식 신규 고객 및 휴면 고객 등을 대상으로 주식 매수 지원금 또는 주식 1주 등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또 해외주식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위탁거래수수료 및 환전수수료, 유관기관(SEC) 수수료 등 수수료 전액을 면제하기도 했다.
다수 증권사는 영업점·영업부서 KPI에 해외주식 실적 관련 별도 배점을 부여하고 일부 증권사는 관리부서의 KPI에도 해외투자 실적을 반영했다.
법상 금지된 해외주식을 대상으로 한 신용융자는 미운영 중인 상태이지만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국내투자 대비 해외투자시 발생 가능한 위험에 대한 고객 안내가 부족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환율 변동 리스크, 국가별 시차 등에 따른 권리지급 지연, 과세체계 차이 등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대부분 최초 계좌 설정시에만 약관 등을 통해 위험을 고지하고 있었으며 일부 증권사만 고객에게 상시 안내 중”이라고 말했다.
파생상품의 경우 개인투자자 대상으로 원금 이상 손실 위험이 있는 해외 옵션(콜, 풋) 매도는 증권사에서 모두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는 미 주식 옵션 모의체험 서비스 운영시 ‘엔비디아 5% 오르면 214% 수익’, ‘메타가 3% 오르면 191% 수익’등의 문구로 홍보를 했다. 이번 금감원 실태점검에서 해당 증권사는 ‘미 주식 옵션 서비스’ 출시를 내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해외증시 변동성 확대 등으로 올해 8월말 기준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계좌 중 49.3%가 손실계좌라고 밝혔다. 계좌당 평균 이익은 50만원에 그쳤다. 개인투자자들은 해외 파생상품 투자에서도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3735억원의 손실을 봤다.
반면 해외주식 거래 상위 12개 증권사는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해외주식 위탁매매 수수료로 1조9500억원의 역대 최고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환전수수료로도 같은 기간 4526억원을 벌었다.
금감원은 19일 증권사를 대상으로 현장 검사에 착수했으며 이후 대상 회사를 확대해 순차적으로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검사 과정에서 투자자를 현혹하는 과장광고, 투자자 위험감수 능력에 맞지 않는 투자권유, 투자위험에 대한 불충분한 설명 등 위법·부당행위가 발견되는 경우 해외주식 영업 중단 등 최고 수준의 조치를 통해 강력히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해외투자 중심의 영업행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개선과제를 즉시 추진하기로 했다. 해외투자 관련 신규 현금성 이벤트 및 광고 등을 중단하고, 각 증권사별로 HTS/MTS, 팝업 등을 통해 해외투자시 발생 가능한 리스크 등에 대한 투자자 안내 강화하기로 했다.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해외투자 관련 이벤트·광고, KPI 등이 과도하게 반영되지 않도록 자제시키고, 과당매매 유발 소지가 있는 거래금액 비례 이벤트는 원천 금지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