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주희 변호사의 이혼소송 이야기 (7)
뉴스 속 범죄, 결국 이혼 사유가 된다
부부의 이혼은 생각보다 뉴스와 대단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최신 유행 범죄나 사회적 사건을 살펴보면, 가해자든 피해자든 대부분 어느 가정의 구성원이다. 결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현상의 종착지는 가정이며, 그 여파는 고스란히 부부관계에 스며든다.
보이스피싱에 가담했던 사람, 그 피해를 입은 사람, 전세사기로 인해 부부 공동재산이 크게 줄어든 사람, 고위험 PF대출 가담하였다가 감당할 수 없는 채무를 떠안은 사람 모두 평범한 가장이었고 배우자였다. 사건이 벌어진 순간에는 형사 문제나 경제적 손실이 전면에 드러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파장은 끝내 혼인 관계의 균열로 귀결된다.
실무에서 만나는 이혼 사건을 들여다보면, 뉴스 속 사건이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실감하게 된다. 투자 사기 피해로 수억원의 빚을 떠안은 뒤 부부 사이에 책임 공방이 시작된 사건, 지인의 권유로 보이스 피싱 전달책 역할을 하다 형사처벌을 받으며 혼인 관계가 회복 불가능해진 사건, 전세사기로 평생 모은 재산을 잃은 뒤 서로를 원망하다 결국 소송으로 향한 사건까지 그 양상은 다양하다. 그러나 결말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법적으로 보면 이러한 사건들은 대부분 민법 제840조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 단순히 돈을 잃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판단력, 위험을 감수한 태도, 배우자와의 정보 공유 부재, 그리고 사후 책임을 대하는 자세가 혼인 관계를 기반으로 한 신뢰를 근본부터 흔들기 때문이다.
이혼소송에서 종종 “속은 사람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혼소송에서 핵심은 가해자냐 피해자냐가 아니다. 그 사건 이후에도 부부가 하나의 가정 공동체로서 위기를 함께 감당했는지, 아니면 각자의 생존을 위해 등을 돌렸는지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
이혼소송은 결국 혼인의 파탄을 증명하는 절차다. 그리고 그 파탄의 원인은 범죄 그 자체가 아니라, 사건을 함께 견디지 못한 관계의 붕괴에 있다. 최신 유행 범죄들이 이혼 사유로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범죄가 가정을 파괴했다기보다, 이미 취약해진 가정이 그 사건 앞에서 끝내 버티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의뢰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사건은 범죄 이야기가 아니라, 부부 이야기입니다.” 법정에서 다투는 것은 뉴스 속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 이후 두 사람이 더 이상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없게 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다시 말해 이혼소송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가장 가까이서 비추는 거울이다. 오늘의 뉴스가 내일의 이혼 사유가 되는 이유도, 결국 가정이 사회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뉴스를 볼 때면, 이 사건이 1년 뒤 어떤 이혼 사유로 법정에 등장하게 될지를 떠올리며 씁쓸해진다.
법무법인 새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