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인플레 공포, 채권금리 들썩

2026-03-04 13:00:03 게재

국채=안전자산 공식 깨져 … 트럼프 “작전 끝나면 유가 내려간다” 우려 일축

미국 뉴욕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거래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이후 중동 긴장이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면서,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재가속 우려가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나흘째 이어지는 군사작전으로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책임지는 호르무즈 해협 주변의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3일(현지시간) 마켓와치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뉴욕증시 개장 무렵 4.11%로, 2일 9bp 급등에 이어 5bp 급등세를 이어갔다.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 통상 안전자산인 국채 가격이 오르기 마련인데, 오히려 하락(금리 상승)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동 사태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를 막을 것이란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중앙은행 인사들도 잇달아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뉴욕 투자 콘퍼런스에서 “올해 한 차례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고 봤지만, 미-이란 전쟁으로 그 확신이 줄었다”고 밝혔다. 에너지 가격 상승의 지속 여부가 인플레이션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현재 지정학적 상황을 감안하면 더 많은 데이터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금리선물(스와프) 시장에서는 연준의 ‘첫 금리 인하’가 7월이 아니라 9월에야 완전히 반영되는 쪽으로 기대가 밀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연말까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17%로 반영되고 있는데, 이는 지난주 약 40%에서 낮아진 수치다. 필리프 레인 ECB 수석이코노미스트도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가격 급등은 단기적으로 물가에 상방 압력을 가하며, 분쟁이 경제활동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가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JP모건체이스 제이미 다이먼 CEO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시장에 안일함이 팽배해 있다”고 비판하며 인플레이션이 ‘파티장의 스컹크(skunk at the party)’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3% 언저리에서 멈춰 서 있다. 의료비·건설비·보험료·임금이 모두 오르고 있어 단순히 유가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된 케빈 워시가 오는 5월 취임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고 노동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에 나서기까지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3일 유가는 장중 브렌트유(5월 인도분) 기준 배럴당 85달러대까지 치솟으며 2024년 7월 이후 약 1년 7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후 1시 30분께는 전장 대비 5.4% 오른 81.96달러에 거래됐다. 유럽 도매 가스 가격도 이틀 연속 35~40% 이상 폭등하며 에너지 시장 전반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에브라힘 자바리 총사령관 보좌관은 “호르무즈 해협은 이제 폐쇄됐다. 해협 통과 선박을 모두 침몰시켜 단 한 방울의 석유도 수출되지 못하게 막고, 국제 유가를 배럴당 200달러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위협해 긴장을 한층 고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르츠 독일 총리와의 백악관 회담 자리에서 “잠시 유가가 조금 높을 수는 있겠지만, 작전이 끝나자마자 유가는 내려갈 것이고 오히려 이전보다 더 낮아질 수도 있다”며 물가 우려를 일축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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