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기록 깬 장동혁
17시간 기존 기록 훌쩍 넘기고 24시간 임박
최초 제1야당 대표 기록도 … 위기 돌파 주목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국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최장시간 기록을 세웠다. 제1야당 대표로 첫 필리버스터에 나선 기록도 남겼다. 최장과 최초 기록을 동시에 갈아치운 셈이다. 장 대표가 이날 보여준 ‘투혼’으로 최근 제기된 리더십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현재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있다. 전날 11시 40분쯤 시작된 필리버스터를 22시간 넘게 이어간 것이다. 이는 기존 기록인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의 17시간 12분을 훌쩍 넘긴 결과다. 필리버스터는 24시간이 지나면 강제 종료된다. 이에 따라 장 대표의 필리버스터는 이날 오전 11시 40분쯤 끝나게 된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법안을 표결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판사 출신인 장 대표는 이틀째 필리버스터를 통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장 대표는 “다수당이 판사를 입맛대로 골라 특정 사건을 맡겨서 원하는 재판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해외사례까지 동원해 내란전담재판부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장 대표가 이날 필리버스터 최장·최초 기록을 경신하는 ‘투혼’을 보인 건 최근 본인에게 닥친 리더십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장 대표는 당 안팎에서 쏟아진 ‘계엄 사과’ ‘윤석열과의 절연’ 요구를 거부한 채 12.3 계엄 1년을 보냈다가 강한 역풍에 직면했다. 당 지지율은 장동혁체제 출범 이후 20%대에 갇혔고, 친한계(한동훈)와 쇄신파 의원들은 장 대표의 노선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 와중에 장 대표가 최장·최초 기록을 세우면서 위기 돌파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장 대표와 가까운 김민수 최고위원은 이날 새벽 3시 SNS를 통해 “장 대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침묵이 아닌 기록으로 저항의 역사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늦은 새벽, 국민의힘 TV를 통해 끝까지 함께 지켜보며 응원하는 3000여명의 지지자 여러분과 수많은 국민 여러분이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유튜브 채널인 국민의힘 TV는 장 대표의 필리버스터를 생중계하고 있는데, 이날 오전 10시 현재 6900여명이 접속해 장 대표를 응원하는 댓글을 달고 있다.
다만 당내 반응은 미지근한 분위기다. 장 대표의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인 본회의장에는 미리 조를 짠 국민의힘 의원 20여명만이 교대로 자리를 지켰다. 장 대표를 제외한 106명의 의원 다수가 함께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친한계 인사들은 이날 장 대표의 필리버스터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친한계 신지호 전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장동혁은 필버에서 ‘누구도 입맛대로 판사를 선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사법부 독립의 핵심’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그런데 여상원(전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은 왜 쫓아냈나”며 장 대표를 직격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