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형사 전자소송 시대 개막을 반기며

2025-12-26 13:00:01 게재

검사들이 승합차나 트럭에 수사기록을 싣고 법원을 오가는 풍경, 변호사나 사무직원들이 기록 열람실에서 수일, 길게는 수십일 동안 사건기록을 복사하던 일, 때문에 ‘열람·등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이 연기되던 상황이 이제는 역사로 남게 됐다.

이달 15일 형사 전자소송 시스템이 전국 법원으로 확대됐다. 지난 10월부터 두달 간 3개 중점법원(서울중앙지법 서울동부지법 서울가정법원)을 중심으로 약 4000건의 전자사건 접수를 진행하며 안정화 기간을 거친 대법원은 이날부터 전국 법원에서 형사사건을 전자소송으로 접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허(2010년), 민사(2011년), 가사·행정(2013년)에 이어 형사부문까지, 마침내 ‘종이 재판’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기대효과는 크다. 우선 기록 및 절차의 전면 디지털화다. 이제 서류기록은 ‘기록 뷰어(viewer)’로 대체돼 재판부와 검사 변호인이 동시에 열람·검토할 수 있다. 판결문 공판조서 등 모든 서면이 전자문서로 작성·제출·송달·열람·증명발급된다. 캐리어 가득한 기록 대신 노트북이나 태블릿PC만으로 여러 사건의 기록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다음에는 절차의 신속화와 편의성이다. 사건 진행 단계의 확인 및 대응이 훨씬 빨라졌다. 공간적 제약 없이 어디서나 문서 열람과 제출이 가능해지면서 사건 당사자뿐 아니라 소송관계인의 정보 접근권과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강화된다.

또 기존에는 서류 송달에 필요한 우편료 등 비용을 당사자가 부담해야 했으나 전자 송달로 그에 대한 재정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법정에서는 전자기록 열람과 스크린·빔프로젝터 활용으로 쟁점 정리와 증인신문이 한층 간결해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소송관계인이 서류 제출시 보호가 필요한 개인정보를 직접 특정해 비식별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개인정보 보호 수준도 높아질 전망이다.

대법원은 “기존의 아날로그 철도시스템(종이문서 기반 시스템)이 자동화 기반 고속철도 시스템(전자문서 기반 시스템)으로 변경된 것”이라며 “고속열차(전자사건)가 현재 비교적 순조롭게 운행을 개시했다고 볼 수 있다”고 비유했다.

하지만 경계심을 키워야 할 대목도 있다. 바로 보안문제다. 올해 9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사고는 주요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장애가 국가 전산망의 마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드러냈다. 중앙 시스템에 모든 형사기록이 집약되는 구조인 만큼 단 한번의 오류나 외부 공격만으로 막대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때문에 형사 전자소송 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엄격한 보안관리 체계와 지속적인 점검·백업이 필수적이다. 정부·사법부의 데이터 복원 능력과 보안 대응력이 중요하다.

김은광 기획특집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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