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내년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 불가피
당국 규제로 위험자산 커져 자본비율 제약
1월 경영전략회의서 생산적 금융 확대 논의
은행권이 연말 인사개편 등을 마무리하고 내년도 경영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가 강하게 권하고 있는 기업부문으로의 자금 흐름을 촉진하면서 가계대출은 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은 최근 일제히 일부 조직개편과 핵심 경영진에 대한 인사를 마무리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각각 생산포용금융부와 생산적금융지원팀을 신설하고 유망 기업에 대한 대출과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향후 5년간 국가전략산업과 첨단산업 등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생산적 금융 지원으로 은행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혁신 벤처기업과 중소·중견기업 등 국가 경제의 성장동력이 되는 곳에 자금이 효율적으로 분배 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반해 가계대출과 관련한 별도의 조직개편이나 역할 강화를 위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화대책으로 내놓은 ‘10.15대책’ 기조를 내년에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확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주요 시중은행에 대해 내년도 가계대출 증가율을 명목GDP 증가세 범위 안에서 이뤄지도록 권고하고 있다. 실질GDP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할 때 내년도 명목GDP는 4~5% 안팎으로 전망돼 가계대출도 그 이상 확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은행권 위험자산 관리를 더욱 엄격하게 하도록 하면서 대출 여력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내년도 시중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이 기존보다 8.3% 가량 증가하고, 이에 따라 자본비율은 0.08% 하락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은은 “은행권은 향후 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응해 외형확대 추구보다 위험관리에 기반한 영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9월 생산적금융 확대를 위한 방안을 내놓으면서 은행이 주담대 신규취급을 하면서 위험가중자산(RWA)을 평가할 때 최저 위험가중치(RW) 하한을 현행 15%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주담대 위험가중치를 높여 자본비율이 하락하면 그만큼 대출자산 확대가 어려워지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이번 조치로 인해 은행권의 연간 주담대 신규취급액이 약 27조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11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 대비 1조9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주담대 증가세도 7000억원으로 10월(2조원)에 비해 크게 둔화한 것으로 집계됐다. 5대 시중은행만 살펴봐도 11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전달 대비 5218억원에 그쳐 올해 1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세를 보였다.
한편 은행권은 내년 1월 초·중순 일제히 경영전략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경영방침과 영업 우선순위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내년에는 수익성과 건전성이 확보된 범위 내에서 적정 성장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