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기소 성과, 뇌물 의혹은 미흡

2025-12-29 13:00:01 게재

민중기특검 180일간 수사결과 발표

통일교 유착·매관매직 의혹 등 규명

일부 수사는 미완, 국수본으로 이첩

“여러 의문에 대해 제대로 된 답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브리핑하는 민중기 특검 민중기 특별검사가 29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빌딩 브리핑실에서 열린 김건희 특검 최종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지난 7월 2일 민중기 특별검사는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를 시작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로부터 180일간 수사를 벌인 민중기 특검팀은 김 여사의 여러 범죄 행각을 밝혀내 재판에 넘기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이 워낙 많다 보니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한 의혹도 상당수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29일 민중기 특검팀이 내놓은 최종 수사결과에 따르면 특검팀은 그동안 김 여사 등 20명을 구속기소하고 56명을 불구속기소하는 등 총 76명(중복포함)을 재판에 넘겼다.

◆김건희·윤석열 나란히 기소 = 특검팀은 수사 초기부터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선거개입, 건진법사 청탁 의혹 수사에 집중했다. 국민적 관심이 컸지만 기존 수사기관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특검 출범의 계기가 됐던 의혹들이다.

특검팀은 수사 개시 이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컨트롤타워로 지목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윤 전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인물인 명태균씨, 통일교 청탁의혹에 연루된 건진법사 전성배씨 등을 압수수색하고 연이어 소환조사했다.

이를 통해 증거와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특검팀은 지난 8월 6일 김 여사를 전격 소환했다. 김 여사가 특검에 출석하며 자신을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표현해 국민적 공분을 샀던 날이다. 김 여사는 11시간가량 이어진 첫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특검팀은 소환 다음달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닷새 후 법원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신병확보에 성공한 특검팀은 김 여사를 5차례 내리 소환조사한 뒤 8월 29일 구속기소했다. 전·현직 영부인 가운데 수사기관에 공개 소환된 것도, 구속된 것도, 구속기소된 것도 김 여사가 처음이었다. 특검팀은 지난 3일 김 여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건진법사 전씨,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 ‘정교유착 의혹’ 관련자들도 줄줄이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김 여사의 재판이 시작된 후에도 그의 범죄 혐의는 계속 드러났다. 공직 등을 대가로 고가의 금품을 받았다는 ‘매관매직’ 의혹은 그중 하나다. 특검 수사과정에서 김 여사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김상민 전 부장검사,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씨 등으로부터 인사나 사업 청탁 대가로 목걸이와 귀걸이, 금거북이, 이우환 화백 그림, 시계 등을 건네받은 정황이 속속 밝혀졌다.

수사를 이어온 특검팀은 지난 26일 김 여사 등 7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기소된 사건엔 최재영 목사로부터 디올백을 수수한 의혹도 포함됐다.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함께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했던 사건이다.

같은 날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윤 전 대통령이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인을 소개한 사실이 없다고 한 발언과 전성배씨를 김 여사와 함께 만난 사실이 없다고 한 발언이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에 앞서 24일에는 김 여사와 공모해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받은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와 오빠 김진우씨도 양평공흥지구 특혜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양평군수를 지냈던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도 최씨와 김씨의 청탁을 받고 담당 공무원에게 개발부담금 감면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통일교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권성동 의원과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당선 대가로 김 여사에게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건넨 혐의로 27일 기소된 김기현 의원까지 포함하면 김건희 특검은 3명의 국민의힘 의원을 재판에 넘겼다. 특검팀은 명태균씨 여론조사비 대납 혐의로 오세훈 서울시장도 불구속기소했다.

◆편파수사 등 논란도 = 김건희 특검팀은 3대 특검 중 유독 논란에 휩싸이는 일이 많았다. 지난 9월 30일 정부여당의 검찰청 폐지법안에 반발해 특검팀 파견 검사 40명이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원래 소속된 검찰청으로 복귀시켜 달라”는 입장문을 낸 것이 그중 하나다. 특검 지휘부가 이들을 다독이며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유례없는 검사들의 집단행동에 수사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조사를 받은 양평군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상사도 있었다. 또 민 특검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투자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정치권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수사기간 말미에는 특검이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측 역시 통일교로부터 부정한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도 수사하지 않았다는 편파 수사 의혹이 제기됐다. 이같은 악재에 대처하느라 특검팀은 결국 일부 중요한 의혹을 제대로 파헤치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하게 됐다.

특검법에 수사대상으로 명시된 김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불법 협찬 의혹 수사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고,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과 관련해서도 실무자들만 기소하고 핵심인물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차례 소환조차 못했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관저이전 의혹 등의 관련자들도 재판에 넘겼지만 김 여사와의 연관성까지는 규명하지 못했다.

윤 전 대통령의 ‘매관매직’ 개입 여부와 뇌물 혐의 의혹을 밝혀내지 못한 것도 특검 수사의 한계로 꼽힌다. 뒤늦게 속도를 낸 검찰의 김 여사 ‘봐주기 수사’ 의혹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수사를 종료했다.

윤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등 특검이 규명하지 못한 의혹 수사는 일단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이첩받아 수사를 이어간다. 여당이 추진하는 ‘2차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관련 수사를 넘겨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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