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타 알고리즘 매매 “위법 아냐, 과징금 취소”
법원 “지정가 주문 자체 금지 아냐 … 증명 부족”
시타델증권 ‘118억원 과징금 처분’ 결과 뒤집혀
대규모 초단타 주식매매로 118억원 과징금 처분을 받았던 미국계 시타델증권이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2년 만에 승소했다.
해당 사건은 금융당국이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를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판단해 과징금을 부과한 첫 사례였지만 법원이 알고리즘 매매를 인정하면서 당국의 규제 기조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합의6부(나진이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시타델 시큐리티스 리미티드(시타델증권)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피고(증선위)가 부과한 118억8000만원 과징금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증선위는 시타델증권이 2017년 10월부터 2018년 5월까지 국내 증권사를 통해 주식 264개 종목, 6796개 매매구간에서 고가·물량소진 매수 주문, 저가·물량소진 매도 주문, 호가공백메우기 주문 등 총 16만9594회(1조8401억원 상당)의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했다며 2023년 1월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증선위는 시타델증권이 직접시장접근(DMA) 방식의 빠른 주문 속도를 이용해 최우선 매도호가 물량을 반복적으로 소진함으로써 호가 공백을 만든 뒤, 곧바로 지정가 주문을 넣어 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후 일반 투자자의 추격 매수가 이어지면 해당 주문을 바로 취소하는 행위를 단시간에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서 알고리즘 거래 자체가 금지돼 있지 않고 DMA 주문 역시 금지돼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시타델증권)의 액티브 주문(즉시 체결 주문)이나 패시브 주문(대기 주문) 그리고 두 주문의 결합 주문 방식 자체는 당시 관계 법령상 금지되어 있지 않고, 일률적으로 모든 거래에서 그 합리성이 없다거나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반복적 주문의 과정에서 매수 주문을 여러 호가에 쌓아두는 것만으로는 거짓계책 등에 의한 시장질서 교란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증선위)는 이 사건 위반 구간별 구체적 분석 자료나 각 종목별 유가증권의 총수량이나 평소 거래량 동향, 위반구간별 알고리즘거래 전후의 가격변동 및 거래상황 등을 알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처분의 적법을 주장하는 행정청인 피고에게 적법 여부에 대한 증명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알고리즘거래가 거짓계책 등에 의한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며 이 사건 처분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