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이 바꾼 농업의 미래

2025-12-30 13:00:01 게재

먼 미래 이야기일 것 같았던 기후변화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봄에는 동해와 가뭄이, 여름에는 불볕더위와 국지성 호우가, 가을에는 예측 불가능한 태풍이, 겨울에는 극한 한파와 폭설이 잦아졌다. 계절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경험적 지혜로는 농사를 짓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이처럼 ‘그맘 때 그 날씨’가 사라진 지금, 농업 현장은 기후위기와의 전면전에 돌입했다.

이상기상으로 인한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2016년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을 개발해 3개 시군에 시범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그로부터 10년, 시스템을 꾸준히 확대 구축한 덕분에 올해부터 울릉도를 제외한 전국 155개 시군에서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시스템은 전국을 사방 30m의 격자로 잘게 쪼개 작은 규모의 기상 현상을 반영한다. 이렇게 하면 이론상 토지대장에 등록된 전국의 모든 농장에 농장의 지형과 고도, 피복 상태를 반영한 맞춤형 농장 날씨, 작물 재해, 대응조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농가는 시스템에 접속해 기온부터 풍속까지 11종의 기상정보는 물론, 고온해, 저온해, 냉해 등 15종의 재해 위험 여부 그리고 재해 유형별 사전-즉시-사후 대응조치를 볼 수 있다.

농업 현장은 기후위기와의 전면전

지난해 9월 농촌진흥청은 회원가입 없이 누구나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전면 개방했다. 그리고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업e지’, 농협의 ‘오늘농사’ 등 민관·공공 플랫폼과 연계해 이용자가 어느 경로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회원가입을 하면 문자나 알림톡 서비스도 제공된다. 현재 이용자 만족도는 평균 86%로 나타나 농업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은 농가에 단순히 날씨를 알려주는 서비스가 아니다. 이는 농가의 ‘기상 취약성’을 줄이는 데이터 기반의 기후적응 기반 기술이다.

과거에는 모든 농가가 똑같은 기상예보를 보고 따랐으나 이제는 내 농장 위치와 작물의 품종, 생육단계 특성까지 반영한 정밀 예보 정보를 받아보는 것이다. 이러한 맞춤형 정보는 농가가 스스로 기후로 인한 재해에 대응할 수 있게 하여 피해는 줄이고 생산성은 높이는 ‘변혁적 적응’의 첫걸음이 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불행하게도 극한 기후가 뉴노멀이 되는 것에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평소의 대비가 아닌, 위험을 예측하고 회피하는 능동적인 농업 시스템이다.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은 이를 위한 첫 번째 기반이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을 농작물재해보험, 농업경영체정보 등 다양한 공공데이터와 연계해 기상·작물·경영체정보를 통합한 ‘스마트 경보 체계’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농업인 누구나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위험 기상 대응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 데이터는 농업의 생명줄

기후위기의 시대, 이제는 과학이 농업을 책임질 단계다. 특히 기상이변 등을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는 농업의 생명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은 그 데이터를 농가의 손끝으로 옮겨주는 메신저이자, 우리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데 꼭 필요한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이상재 국립농업과학원 농업환경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