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밥먹는 아이들’의 특별한 송년회

2025-12-30 13:00:13 게재

도봉 초등생·학부모·구청장 연말 김밥 인사

지난 1년 돌아보며 학교 현안문제 논의

“식물성 재료로 꽃다발 김밥을 만들어 볼 거예요. 카네이션처럼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김밥이예요. 누구한테 주고 싶어요?” “엄마요~.” “아빠한테 줄 거예요.”

초안산 자락이 눈앞에 펼쳐지는 서울 도봉구 창동 주택가 골목. 인근 아이들이 학기 중에는 저녁, 방학 중에는 점심 한끼를 단돈 2500원에 해결하는 ‘초안꿈마루 어린이식당’이 떠들썩하다. 평소에는 아이들만 있던 공간에 엄마와 아빠까지 함께했다. 연말을 맞아 지난 1년을 돌아보고 희망찬 새해맞이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송년회 자리를 마련한 참이다. 이색 김밥을 말고 저녁을 함께하는 자리에 오언석 구청장도 동참해 아이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30일 도봉구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문을 연 초안꿈마루 어린이식당은 ‘혼자 밥을 먹는 아이’를 위한 공간이다.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혼자 끼니를 해결하는 18세 미만 아동이 증가함에 따라 밥과 함께 돌봄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전용 공간을 마련했다.

초안꿈마루 어린이식당 송년회에 참석한 어린이가 오언석 구청장에게 직접 만든 김밥을 선물했다. 사진 도봉구 제공

편의점과 간편식 판매점 이용률이 높다는 문제도 있다. 결식 우려가 있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꿈나무카드를 조회한 결과 절반에 달하는 48%가 건강하지 않은 식사를 하고 있었다. 구는 “2023년 아동행복지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혼자 밥을 먹는 아동이 느끼는 행복감은 6.57점으로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아동 7.38점과 비교해 낮게 나타난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책 마련이 시급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초안꿈마루 어린이식당은 건강한 식사와 함께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을 지원해 돌봄 공백을 최소화한다. 영양사와 조리사 돌봄교사는 물론 노인 일자리 사업을 활용한 주방보조 돌봄보조 등 8명이 아이들 밥을 먹이고 돌본다. 등록한 아동은 44명인데 지난달까지 누적 이용자가 7054명에 달할 정도로 호응이 크다.

아이들 밥상을 궁금해하는 보호자를 위해 분기별로 한번씩 식당을 공개하고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달에는 연말을 맞아 친환경 식자재를 활용한 김밥을 말기로 했다. 꿈나무식당을 이용하는 아동 15명과 보호자 10명이 참여했다. 창동 주민 백시영(37)씨는 “아이들이 어떻게 밥을 먹는지 살필 수 있어 좋다”며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라 행복하다”고 말했다.

오언석 구청장이 등장하자 엄마·아빠를 위해 꽃다발 김밥을 말겠다던 아이들이 태도를 바꿨다. 너도나도 ‘오서방 아저씨’에게 김밥을 선물했다. 오 구청장은 “연말이라 일정이 빡빡해 밥 먹을 시간도 없다”며 고사리 손들이 내미는 김밥으로 한끼를 해결했다.

인근 신창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다수 참석한 만큼 학교 현안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서울시교육청에서 학교 시설 복합화와 함께 진행하는 ‘그린스마트’ 사업을 9년동안 준비해 내년 말 착공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무산됐기 때문이다. 김진영(44·창동)씨는 “학생 수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재심사 대상이 됐다”며 “폐교 직전인 학교도 선정됐는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언석 구청장은 “구에서 자체 예산을 100억원 이상 투입하고 복합화로 지어지는 수영장 운영도 맡기로 했다”며 “내년 초 재심사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교육청과 국회 등 관련 기관에 주민들 목소리를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이색 김밥을 만드는 이색 송년회는 행복한 새해맞이를 기원하는 인사로 마무리 됐다. 도봉구는 내년에는 초등학생에 더해 중학교 1학년까지 어린이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아이들 먹거리라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고 영양사가 건강까지 챙기도록 하고 있다”며 “한끼라도 제대로 먹이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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