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앙정부의 대출 규제, 왜 주거불안을 초래하는가
우리나라 주택정책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중앙정부의 역할이 매우 강하다. 둘째, 주택정책의 핵심 목표를 가격 안정에 두고 있다. 이는 시장이 과열되면 규제를 강화하고 침체 국면에 들어서면 규제를 완화하는 냉탕-온탕식 대응을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주택정책의 역사를 만들어냈다.
중앙정부가 이렇게 주택정책을 이끌다보니 주택시장의 지역간 차이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이는 결국 주택정책이 실패하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이는 현 정부의 대출 규제에서도 반복된다. 최근 서울의 규제지역이 확대되면서 정비사업의 이주비와 분담금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 최대 6억원으로 일괄 제한되었다.
대출한도의 축소는 외부 자금 조달을 통해 진행 중인 사업을 지연시켜 주택 공급을 줄인다. 수요가 상존하는 지역에서 공급의 감소는 가격 상승의 압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대출한도의 축소는 단기적으로는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재가치가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거래만 지연시킬 뿐이다.
잠재된 수요가 특정 시점에 한꺼번에 몰리면 가격은 훨씬 큰 폭으로 상승한다. 가격의 급등은 또다시 가격 안정을 위한 중앙정부의 개입을 유도한다. 결과적으로 가격 안정의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채 중앙정부의 끝없는 시장 개입만 반복되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끝없는 시장 개입만 반복
대출 규제의 문제는 전세대출에서도 등장한다. 주택도시기금의 수도권 전세대출 기준은 최대 4억원으로 설정돼 있으나, 서울에서 평균 전세가격이 4억원에 미달하는 자치구는 2025년 9월 기준 6곳에 불과하다. 평균 전세가격이 10억원을 넘는 강남구와 3억원에 불과한 도봉구에서 실수요자가 느끼는 주거비부담의 차이는 전세대출 기준에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한계는 장기전세주택에서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전세의 월세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간 전세로 거주할 수 있는 장기전세주택은 서울에서 매우 인기가 높은 공공임대주택 유형이다.
공공임대이기 때문에 시세의 80% 이하에서 임대료가 책정됨에도 불구하고 워낙 서울 전세가가 높은 탓에 임대보증금이 4억원을 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 때문에 공공임대인 장기전세에 입주하고자 하더라도 전세대출 접근이 제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신혼부부 버팀목전세대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6월 수도권 기준 대출 한도가 3억원에서 2.5억원으로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대출도 함께 늘어나는 것이 주거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상식은 가계부채 관리라는 거대담론 앞에 후순위로 밀려 버린다.
시장 상황에 차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양극화를 더 촉진시킨다는 우려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모든 지역을 형평성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에서부터 주택정책의 실패가 시작된다. 지방정부가 주택정책을 주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민의 주거문제, 경제적 여력, 그에 따른 주거비부담은 지방정부가 더 정확하게 인식한다.
중앙정부 관점의 기계적 형평성 탈피해야
지방정부가 현장에서 실재하는 주거불안을 인식하고 이를 위한 정교한 대책을 마련하며, 이를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구조로 변모해야 한다. 주택정책은 중앙정부 관점의 기계적 형평성을 탈피해야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