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양육의무 안지킨 부모 상속권 상실
대법원, 2026년 달라지는 사법제도 소개
‘구하라법’ 시행·채무자 ‘생계비계좌’ 도입
압류금지 한도 250만원·회생법원 3곳 신설
내년 1월부터 미성년 시기 자녀에 대한 부양 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자녀 사망 후 상속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이 시행된다. 또 채무자의 최소한도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생계비 계좌’가 새로 도입되고, 내년 3월에는 대전·대구·광주에 회생법원이 설치된다.
대법원은 30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2026년 상반기 달라지는 사법제도 등을 소개했다.
1월 1일부터는 이른바 ‘구하라법’으로 불리는 상속권 상실 제도가 시행된다.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이 미성년 시절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 유언이나 공동상속인의 청구를 통해 상속권을 상실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법적 제재가 어려웠던 ‘부양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상속’ 문제를 제도적으로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유언집행자는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 청구를 낼 수 있다. 피상속인의 유언이 없었던 경우에는, 공동상속인이 해당 행위를 한 자가 상속인이 됐음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청구할 수 있다. 상속권 상실 선고가 확정되면 상속이 개시된 때에 소급해 상속권을 상실하게 된다.
대법원은 “기존 상속 결격 제도가 형사범죄 중심의 상속인 결격 요건에 머무른 반복적인 방임·학대 등 실생활에서 발생가능한 분쟁 유형을 반영해 피해자·유가족의 심리적 정의감 회복 기여 및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하는 상속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성년 자녀를 둔 이혼절차 중인 부모들을 위한 교육자료 개선도 내년 1월부터 실시된다.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한 자녀양육 동영상, 절차 안내 애니메이션이 대법원 유튜브에 게시될 예정이다. 대법원은 또한 개선된 교육자료를 반영한 구두교육용 파워포인트(PPT)와 강사용 워크북도 제작해 각급 법원에 배포할 계획이다.
내년 2월 1일부터는 전국 모든 법원에서 재판기록 열람·복사 예약제가 시행된다.
민원인이 이메일로 신청하면 법원이 열람 가능 일시를 지정해 주는 방식이다. 그동안은 재판장의 허가가 필요하거나 기록 정리가 끝나지 않은 경우 당일 열람이 불가능해 헛걸음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는데, 이번 제도 도입으로 이러한 불편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시행되는 ‘생계비계좌’ 제도도 주목된다. 채무자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되는 제도로, 전 금융기관을 통틀어 1인당 1개 계좌만 개설할 수 있다. 한 달간 압류금지 생계 범위 내에서만 예치하도록 하되, 생계비 계좌에 예치된 금액은 압류가 금지된다.
압류금지 생계비 한도는 기존 185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상향된다. 이에 따라 채무자는 생계비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은 압류 걱정 없이 사용 가능하다. 전자소송 양식과 관련 전산 시스템도 이에 맞춰 정비된다.
또 개인파산·개인회생 소송구조 지원 확대를 위해 개정된 ‘소송구조제도의 운영에 관한 예규’가 시행된다. ‘소상공인기본법’에 따라 연 매출 3억 이하인 소상공인은 개인파산·개인회생 사건에서 변호사비용, 송달료, 파산관재인 선임비용 등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3월에는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회생법원 확대 설치가 이뤄진다. 대전, 대구, 광주에 회생법원이 각각 신설되고 3월 3일에 개원식을 개최한다. 이로써 모든 고등법원 권역 내 회생법원이 들어서 도산사건의 지역별 업무 편차 완화와 통일적 업무처리가 기대된다.
대법원은 “도산사건의 지역별 업무편차 완화 및 통일적인 업무처리를 도모하고, 전국적으로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도산사법서비스 제공을 통해 국민의 사법접근성 보장을 확대하고 경제적 재기를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1월 1일부터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을 위한 사법지원의 대상· 범위·원칙·조직·절차 등을 규정한 사법지원 예규도 새롭게 시행된다. 사법접근센터 설치, 전담 인력 지정, 정기 교육 실시 등을 통해 사법 서비스 접근성을 실질적으로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부동산 등에 대한 경매절차 처리지침 예규 개정에 따라 시스템이 개선된다. 집행법원 담당자가 이해관계인 내역에 가등기권리자를 입력할 경우 현황조사명령서에서 가등기권리자 현황이 자동으로 드러나도록 했다.
대법원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중심으로 사법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