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퇴직금 사건’ 특검 수사 속도
‘쿠팡 블랙리스트’ 공익제보자 31일 참고인 조사
‘무혐의’처분 주임검사·근로감독관 등 줄줄이 소환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무마 의혹을 수사하는 안권섭 상설 특별검사팀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이어 관련자들을 잇따라 소환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상설특검팀은 이날 ‘쿠팡 블랙리스트’ 공익제보자인 김준호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쿠팡 물류계열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지역센터 인사팀에서 근무했던 김씨는 지난해 2월 쿠팡이 이른바 ‘PNG(Persona Non Grata·기피인물)’ 명단을 만들어 부당하게 재취업을 막고 있다고 폭로한 인물이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쿠팡이 일용직을 운용하고 관리해온 방식 등을 집중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이 CFS의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는 과정에 상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앞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은 올해 1월 CFS의 퇴직금 미지급 사건과 관련해 쿠팡에 대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부천지청은 지난 4월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와 관련 사건을 수사했던 문지석 부장검사는 지난 10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상급자인 엄희준 당시 부천지청장과 김동희 당시 차장검사가 무혐의 처분하라는 압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하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자신과 주임검사는 쿠팡의 취업규칙 변경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으나 김 전 차장이 ‘무혐의가 명백한 사건’이라고 회유하고 엄 전 지청장은 새로 부임한 주임검사를 따로 불러 무혐의 가이드라인을 줬다는 게 문 부장의 주장이었다.
이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제3의 기관에서 진상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며 특검수사를 결정했고, 특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과 이재명 대통령의 임명절차 등을 거쳐 안 특검이 수사를 맡게 됐다.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 부당한 압력이 있었는지와 함께 퇴직금 미지급 사건의 계기가 된 취업규칙 변경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CFS는 2023년 5월 취업규칙상 퇴직금 지급 관련 규정을 ‘일용직 근로자도 1년 이상 근무하는 경우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기간만 제외’에서 ‘1년 이상 근무하고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 경우’로 변경했다. 근무기간 중 주당 15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퇴직금 산정기간을 처음부터 다시 계산하는 ‘리셋’ 규정을 도입한 것이다. 이로 인해 퇴직금을 못받게 된 근로자들의 진정과 고소가 이어지자 고용노동부는 조사에 나섰고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은 쿠팡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하면서도 동의를 받는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보고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실제 노동청이 압수수색 과정에 찾아낸 내부지침서에는 ‘일용직 사원들에게 연차, 퇴직금, 근로기간 단절의 개념을 별도로 커뮤니케이션하지 않으며, 이의제기시 개별 대응함’ 등의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 부장검사도 쿠팡의 새 취업규칙은 무효라고 보고 기존 규정에 따라 지급해야 할 퇴직금을 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부천지청은 해당 근로자들이 일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고 근태나 다른 사업장 근무 등에 쿠팡이 별다른 제약을 두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법적 상용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또 새 취업규칙도 노동청 허가와 근로자 다수의 동의를 받아 문제가 없다고 보고 무혐의로 결론냈다.
특검팀은 이와 관련 30일 CFS 취업규칙 변경을 승인한 고용노동부 서울동부지청 소속 근로감독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당시 심사 내용과 취업규칙 변경 승인이 적절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특검팀은 지난 16일 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 근로감독관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26일에는 취업규칙 변경으로 퇴직금을 받지 못한 피해 근로자를 조사했다.
29일에는 이 사건 주임검사를 맡았던 신 모 검사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특검은 신 검사를 상대로 사건 수사·보고·처리 과정에서 엄 전 지청장 등의 부당한 지시나 압력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6일 수사를 개시한 특검팀은 11일과 14일 문 부장검사를 두 차례 소환조사하며 수사를 본격화했다. 23일에는 서울 송파구 쿠팡본사와 CFS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나섰고, 24일에는 엄 전 지청장과 김 전 차장검사, 신 검사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엄성환 전 CFS 대표의 변호를 맡았던 권 모 변호사와 문 부장검사도 포함됐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