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MBK에 고려아연 주식 ‘헐값 콜옵션’ 줬나

2026-01-01 17:44:10 게재

법원 공개 명령에 의혹 재점화

영풍과 MBK파트너스 간 경영협력계약을 둘러싼 ‘콜옵션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법원이 계약서 세부 내용 공개를 명령하면서다. 영풍이 MBK에 고려아연 주식을 특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영풍 주주인 KZ정밀이 영풍 이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인용했다. 공개 대상은 영풍과 장형진 영풍 고문, MBK 소유 법인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지난해 9월 13일 체결한 경영협력계약이다.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공동 추진하기 위한 계약이다.

문제의 계약은 체결 당시부터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일부에 대해 MBK에만 매수 권리를 부여했을 수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이른바 ‘콜옵션 계약’이다.

고려아연 지분은 영풍의 핵심 자산이다. 영풍은 최근 수년간 고려아연으로부터 연 1000억 원 안팎의 배당금을 받아왔다. 본업 부진 속에서도 영풍의 현금흐름을 떠받쳐온 ‘캐시카우’다. 이 지분을 특정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넘겼다면 배임 소지가 제기될 수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풍은 지난해 9월 12일 MBK 측에 고려아연 주식을 살 수 있는 콜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행사 시점은 공개매수 완료 후 2년 경과 시점과, 고려아연 이사회 과반을 영풍·MBK 측이 차지하는 시점 중 빠른 날로 정했다.

다만 가장 중요한 ‘행사 가격’은 공시에서 빠졌다. MBK가 어떤 가격에 고려아연 주식을 살 수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가격 고정설, 공개매수 가격 연동설 등 각종 추측이 나왔다.

특히 MBK가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하면서 부담이 커지자, 영풍이 이를 보전해주기 위해 헐값 콜옵션을 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영풍과 MBK는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가격은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계약서의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의 관심도 다시 쏠리고 있다.

KZ정밀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영풍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고려아연 주식을 MBK에 얼마에, 어떤 방식으로 넘기는지 주주와 시장 앞에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주요 의사결정권자와 경영진은 주주대표소송과 손해배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계약 내용에 따라 논란이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경영 책임 문제로 확산될 수도 있다고 본다. 연 1000억 원 배당 자산의 일부를 넘기는 구조라면 파장은 작지 않다. 법원의 문서 공개 이후 후폭풍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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