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고용 일터혁신, 장년 숙련인력을 핵심자산으로 활용

2026-01-02 13:00:28 게재

강원고속, 여객운송업 구조변화와 고령화로 인력난 … 고과호봉제, 정연연장·재고용 체계화로 장기근속 동기부여

일터혁신은 노사 참여 기반으로 일하는 방식 혁신을 통해 기업의 생산성 제고 및 근로생활의 질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다. 정부는 2004년부터 기업의 자율적인 일터혁신을 지원했다. 일터혁신 상생컨설팅은 고용노동부(장관 김영훈)가 주관하고 노사발전재단(사무총장 박종필)이 운영하는 정부지원사업으로 기업의 일하는 방식과 인사관리 체계 개선을 통해 근로환경 개선 및 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한다.

2025년 일터혁신 상생컨설팅은 국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3351개소(5112개 분야)에 대한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했다. 특히 주요 노동정책 확산을 위한 특화컨설팅을 새롭게 도입해 고령화에 대응한 계속고용 지원을 위해 장년친화 분야 157개소 대상으로 지원했다.

장년친화 분야 컨설팅은 △장년근로자 적합 인사제도 및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장년근로자 적합근무체계 마련 △장년친화 직무 개발 △장년근로자의 경력 및 기여도를 반영한 보상체계 설계 △정년 이후 고용 지속 지원 방안 △전직·전문교육 프로그램 마련 △평가·승진·복지제도의 장년 친화적 요소 반영을 통한 인사제도 개선 등을 기업 환경에 맞게 지원한다.

강원고속 노사는 지난해 10월 22일 ‘노사화합 한마음 등반대회’를 진행했다. 앞줄 네번째부터 최용길 노조위원장, 이동진 대표이사. 강원고속은 매년 우수사원을 선발해 대만 등 선진지 견학도 진행하고 있다. 사진 강원고속 제공

강원고속은 1952년 설립된 강원지역의 대표적인 시외·고속버스 여객운송 기업이다. 오랜 기간 지역 주민의 이동권을 책임져 온 공공성과 역사성을 동시에 지닌 회사다.

춘천을 거점으로 시외·고속버스를 운영해 오면서 서울-춘천고속도로 개통과 경춘선 전철 복선화로 고객을 빼앗기면서 반토박이 났다. 게다가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더욱 어려워졌다. 코로나19 전에는 임직원 400여명에 운행버스도 230여대를 보유했지만 현재는 승무직 150여명, 사무·정비직 90여명 등 240여명으로, 운행버스도 130대로 줄었다.

강원고속은 코로나19 이후 회복 국면 속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여객운송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와 운수종사자 고령화, 인력 수급난이라는 산업 공통의 과제도 함께 안고 있다.

2024년 3월 취임한 이동진 강원고속 대표이사는 “인력확보의 어려움을 단순한 인원부족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근무환경 전반의 문제로 인식했다”면서 “근무체계 개선, 합리적인 배차 및 휴게시간 보장, 현장중심의 소통 강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일터혁신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노사발전재단의 일터혁신 상생컨설팅을 알게 됐다. 이 대표는 “종사자의 근무 만족도와 직무 지속성을 제고하고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인력운영과 안전한 운행체계를 구축해 교통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컨설팅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진행된 강원고속 일터혁신 상생컨설팅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2024년 12월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례에 따른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인력운영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제도 정비를 핵심 목표로 추진됐다. 특히 승무직 중심의 임금체계가 통상임금 판례 변화에 따라 법적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또한 전체 근로자의 약 78%가 50대 이상 중장년층으로 구성된 인력구조 역시 중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했다.

컨설팅은 전직원 대상 설문조사(EOS)와 노사 공동 인터뷰를 통해 현장의 실제 애로사항과 인식수준을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임금체계와 장년 고용안정 제도의 설계 방향을 도출했다. 비교적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해 온 강원고속의 특성을 반영해 제도의 수용성과 실행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고려한 점이 특징이다.

임금체계 측면에서는 각종 수당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를 명확히 재정비하고 기존 단일 시급제 구조를 근속과 역할, 평가요소를 반영한 고과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설계가 이뤄졌다.

강원고속 노사는 수차례 회의를 통해 13개 임금항목을 9개로 간소화하고 근속수당 등 통상임금 성격의 수당을 기본급에 통합해 고과호봉제 기반을 마련했다. 호봉제를 자동승급 방식에서 성과평가 연동 승급체계로 역량·성과에 따른 35호봉 고과호봉제를 만들고 상후하박에서 하후상박 구조로 개편해 장기근속 동기부여를 강화했다.

황연중 강원고속 총무부장은 “임금 시뮬레이션을 통해 개인별 영향과 회사의 인건비 부담을 함께 검증함으로써 제도의 현실성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컨설팅은 장년고용 측면에서 정년연장 등 정년운영 방식의 합리화와 재고용 제도를 포함한 단계적 고용안정 방안도 함께 설계했다.

노사는 승무직의 정년을 61세에서 62세로 연장에 합의하고 2026년부터 적용키로 했다. 승무직 5명이 적용 대상이다. 또한 관행적으로 시행 중인 촉탁직 재고용에 대한 규정도 만들어 선발기준 및 절차 보상 등 운영방안을 마련했다. 강원고속은 150명 승무직 중 40여명이 촉탁직으로 기존과 비슷한 근로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68세 최고령자도 자격유지검사를 거쳐 승무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숙련된 장년인력을 회사의 핵심 자산으로 활용하면서도 신규인력 채용난을 완충하기 위한 구조적 대응으로 정부의 고령자 고용지원 제도와 연계해 기업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행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최용길 강원고속노조 위원장은 “일터혁신은 노사관계를 대립구조가 아닌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파트너쉽 관계로 전환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단순한 제도 개선효과를 넘어 조직 전반의 분위기를 불신·불만에서 소통·협력 중심으로 전환시키고 노사간 신뢰 회복으로 이어져 협력적 노사관계 형성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춘천=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한남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