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되찾아야 할 석유”…베네수엘라 원유에 쏠린 미국의 계산
마두로 체포후 미 석유기업 진출 언급
노후 인프라·초중질유가 변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체포를 공식 확인하는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거대 석유기업들을 투입해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를 복구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되면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은 막대한 돈을 벌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주도의 개입을 통해 베네수엘라 경제를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래전에 되찾았어야 할 석유를 되찾을 것”이라며 “땅속에서 엄청난 부가 나와 우리가 지출한 모든 비용을 보상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두로 체포 이후 베네수엘라의 정치·군사적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이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 속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약 3000억 배럴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생산량은 하루 약 100만 배럴 수준에 그친다. 글로벌 생산량의 1%에 불과한 규모다.
특히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상당 부분이 초중질유로, 일반 원유보다 무겁고 끈적해 채굴·정제 과정에서 대규모 설비 투자와 높은 비용이 들어간다. 경유·항공유 등으로 활용하려면 고도화 정제가 필수이고, 생산물의 상당 비중은 아스팔트와 석유코크스 등 중저부가 제품에 머문다. 이 같은 구조는 생산성 개선과 수익성 제고의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는 수년간의 투자 부족과 노후화된 설비, 잦은 정전과 장비 도난으로 생산 능력이 크게 훼손된 상태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에너지 애스펙츠는 “유전은 심각하게 방치돼 있으며, 시추와 유지보수에 필요한 자본과 기술이 모두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제재 때문에 현재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의 대부분은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서방 메이저 석유기업 가운데 베네수엘라에서 실질적인 생산 활동을 이어가는 곳은 셰브론이 사실상 유일하다. 셰브론은 베네수엘라 전체 생산량의 약 4분의 1을 담당하고 있으며, 생산 물량의 절반가량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셰브론은 1923년부터 베네수엘라에서 사업을 이어온 기업으로, 최근 사태 이후 직원과 설비의 안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석유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베네수엘라에 진출할 경우 산업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비용 부담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애스펙츠는 하루 50만 배럴의 추가 생산을 위해 최소 100억달러가 필요하며, 회복까지 약 2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했다. 대규모 증산을 위해서는 수년에 걸쳐 수백억달러의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석유기업들이 단순한 민간 투자자를 넘어 사실상 ‘준정부적 역할’을 떠맡게 될 가능성도 경고한다. 정권 붕괴 이후의 혼란, 군부와 정치 세력의 영향력, 치안 불안 등이 기업 활동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가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베네수엘라는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현재 원유 시장은 공급 과잉 상태다. 브렌트유는 최근 배럴당 60달러 초반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리서치업체 서드브리지는 “이번 사태가 단기적으로 국제 유가나 소비자 연료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두로 체포 이후 베네수엘라의 권력 공백과 미국의 개입 구상이 맞물리면서, 석유 산업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석유가 경제 재건의 열쇠가 될지,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