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의 ‘홈플러스’는 벼랑 끝으로…고려아연서 외친 ‘윈윈’, 설득력 있나
MBK파트너스가 대주주인 홈플러스가 결국 회생 절차의 문턱을 넘었다.인수자를 찾지 못한 끝에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경영 정상화보다 ‘시간 벌기’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생의 핵심은 분리 매각이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떼어내 팔고, 부실 점포는 정리한다는 구상이다.
몸집을 줄여 유동성을 확보한 뒤 재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시나리오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달 29일 서울회생법원에 ‘구조 혁신형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선제적 기업회생을 신청한 지 약 10개월 만이다. 회생계획안에는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과 함께 약 3000억원 규모의 회생금융 조달 방안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점포 구조조정도 본격화된다. 향후 6년간 최대 41개 점포를 폐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이미 가양·장림점 등이 문을 닫았고, 계산·시흥·안산고잔점 등도 영업 종료를 앞두고 있다. 고용 불안 역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회생계획안에는 근속 기간이 긴 일부 직원에 대한 희망퇴직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문제는 해법의 지속 가능성이다.
익스프레스는 홈플러스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사업부로 꼽힌다. 이를 분리 매각할 경우 대형마트 본체의 경쟁력이 더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지난해에도 익스프레스 매각을 추진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 역시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익스프레스 매각이 실패할 경우 자금난은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
정치권과 노조의 비판도 거세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마트노조는 이번 회생계획안을 “알짜 자산만 팔아치우는 먹튀 시나리오”라고 규정했다.
“기업을 살리는 계획이 아니라 해체 선언”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MBK의 책임론이 다시 불붙는 배경이다. 자금 추가 투입이나 실질적 담보 제공 없이 구조조정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사모펀드의 경영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정 당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검찰은 김병주 MBK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을 잇따라 소환 조사했다.
금융당국 역시 불공정거래 혐의와 관련한 추가 조사 결과를 검찰에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도 MBK의 고려아연 공세는 이어지고 있다. 영풍과 연합해 고려아연 경영진을 압박하는 행보다.
최근 이사회에서는 미국 제련소 건설과 관련된 주요 안건에 전면 반대표를 행사한 것으로 전해진다.시장의 시선은 복잡하다.
한편에서는 “홈플러스를 회생 직전까지 몰아넣은 주체가 다른 기업의 장기 투자에 제동을 거는 것이 맞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주주가치 제고’와 ‘윈윈’을 외치지만 설득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홈플러스 사태는 단순한 유통업 위기를 넘어섰다. 사모펀드의 책임, 회생 절차의 공정성, 산업 경쟁력까지 함께 묻고 있다.
MBK가 고려아연에서 말하는 ‘윈윈’이 과연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