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살롱

새해 ‘비만에서 탈출한 사람’ 되려면

2026-01-05 13:00:03 게재

새해에는 “꼭 살 빼야지”라는 다짐이 단골로 등장한다. 약국에도 비슷한 질문이 쏟아진다.“약사님, 올해엔 진짜 살 좀 빼고 싶어요. 매년 새해엔 제일 큰 결심이 비만 탈출이지만 지난해도 실패했어요”라는 푸념과 함께 최신 유행하는 비만약에 대해 문의한다.

새해 결심은 늘 뜨겁지만 비만은 단순한 의지 싸움이 아니다. 비만은 장기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목표도 ‘한달에 10kg’ 같은 극단이 아니라 ‘6개월 동안 5%를 꾸준히’처럼 현실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대한비만학회의 최신 권고에 따르면 체중 감량 1차 목표는 체중의 5~10%를 6개월 내에 감량하는 것이다. 이를 유지하면 비만 관련 합병증 위험을 줄인다고 밝힌다. 특히 치료 전 체중의 3~5%만 줄여도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개선한다.

그렇다면 새해 결심을 위해선 이렇게 시작하는 건 어떨까. 첫째, 식단에서 우리 몸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보다 조금 적게 섭취하는 ‘칼로리 적자’를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무조건 굶기’가 아니라 하루 500kcal 정도의 결핍을 내 생활에 맞춰 설계해야 오래 갈 수 있다.

둘째, 운동은 매일 1시간보다 ‘주당 합계’가 중요하다. 주 150분 유산소운동과 주 2~3회 근력운동. 근육(체지방) 유지가 관건이라 근력운동이 더 중요해진다. 왜냐하면 칼로리 섭취가 줄어들거나 비만약 사용으로 식욕이 억제되므로 지방뿐만 아니라 근육도 소실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단백질 보충과 근력운동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셋째, 상담은 의외로 강력한 치료가 된다. ‘작심 3일’을 ‘작심 6개월’로 바꾸는 힘은 의외로 정기적인 점검에서 나온다. 6개월 동안 16회 이상처럼 자주 체크하고 조정할수록 성공률이 올라간다.

비만약은 보조수단일뿐, 오남용 안돼

요즘 비만약 관련 화제의 중심에는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있다. 분명 효과가 큰 약이다. 하지만 먼저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이 약들은 어디까지나 식이요법과 신체활동을 함께할 때 효과를 돕는 ‘보조수단’이다. 무엇보다 승인된 사용 대상은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 30 이상, 또는 BMI 27~30이면서 제2형 당뇨·이상지질혈증·고혈압 등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처럼 의학적 필요가 분명할 때다.

그런데 최근에는 ‘예뻐지고 싶어서’ ‘여름 오기 전에’ 같은 미용 목적의 오남용이 늘고 있다. 약이 유행이 되는 순간 꼭 필요한 사람에게 치료기회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이상반응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첫째, 평가와 중단 기준이 있다. 생활습관 교정과 약물치료를 시작한 뒤 3개월에 5% 이상 감량이면 지속, 5% 미만이면 중단하거나 재평가가 권고된다. 이 약의 체중 감소 결과들은 중요한 연구에서 68주, 72주 장기연구한 결과들을 제시한다. 그래서 이러한 약들의 경우에는 단기간의 사용이 아닌 장기사용 약으로 분류된다.

둘째,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오심·구토·변비 같은 위장관 부작용이 있다. 그래서 ‘빨리 많이’가 아니라 ‘천천히 증량’이 원칙이다. 증상이 지속되면 증량을 미루거나 이전 용량을 유지하는 것이 안전하다. 먹는 양이 줄어듦에 따른 변비에는 수분·섬유질을 많이 섭취하고, 속 울렁거림에는 튀김이나 탄산을 피하고 소량씩 등 이런 작은 요령이 중도포기를 막는다.

셋째, 임신·수유 계획은 반드시 먼저 확인해야 한다. 두 약물은 임부·수유부는 사용하지 않으며, 가임기의 여성은 약 사용 시 철저한 피임을 하도록 한다. 위고비는 반감기가 길기 때문에 임신 계획이 있다면 2개월 전 중단이 안내된다.

마지막으로, 매우 흔하진 않지만 췌장염 같은 이상반응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시작해야 한다. 구토를 동반한 심한 복통, 특히 상복부 통증이 지속되면 참는 게 아니라 즉시 의료진 상담을 해야 한다.

효과 좋은 약일수록 주의점도 선명

새해 결심을 체중계 숫자 하나로만 세우면 쉽게 무너진다. 대신 ‘단백질 챙기기+근력 2회’ ‘주 150분 걷기’ ‘6개월 16번 점검하기’ ‘3개월에 5%’처럼 측정 가능한 작은 목표로 쪼개어 계획을 세우는 건 어떨까?

그리고 무엇보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나는 비만인이 아니라 ‘비만을 가진 사람’이다. 낙인을 줄이고 내 몸과 협상하는 언어부터 바꾸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 된다.

새해 비만에서 탈출하기 위해 가까운 동네약국 약사를 ‘약만 건네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시 의료진을 연결하고 불필요한 오남용은 막고 부작용은 줄이며 비만 탈출 생활을 끝까지 붙잡아 주는 동네 코치라고 여기기 바란다. 상담을 적극 활용하라.

김예지 연세대 약학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