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대상은 증권 관련 중대 소송만 해당”

2026-01-05 13:00:04 게재

공장용지 경매 공시 지연, 주주들 손배 소송

1·2심 “공시 의무 위반” … 대법, 파기 환송

“보고대상 아냐” … ‘중대한 영향’ 첫 해석

회사의 공장에 대해 임의경매개시결정이 내려졌더라도, 그 재판이 곧바로 자본시장법상 공시 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회사 주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송이라고 해서 모두 공시 의무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고 증권 관련 중대 소송만 해당한다는 취지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스틸앤리소시즈 주주 7명이 대표이사 등 경영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회사는 2014년 12월 법원으로부터 회사 소유 공장용지에 대해 두 건의 임의경매개시 결정을 받은 뒤, 이듬해 1월 이같은 내용을 공시한 뒤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주주들은 이 회사의 임의경매개시결정이 주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에도 회사가 법정 기한 내 공시하지 않았다며 대표이사와 이사들이 투자자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시행령은 ‘증권에 관하여 중대한 영향을 미칠 소송이 제기된 때’ 상장법인에 주요사항보고서를 제출할 의무를 지운다.

다만, 수시공시 항목 중 특별히 중요한 사항을 분리해 공적 규제의 대상으로 하고 그 밖의 사항은 자율규제 대상으로 삼아 기업이 이중으로 공시 의무를 부담하지 않도록 했다.

쟁점은 법원의 임의경매개시 결정을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공시의무 사항으로 정한 ‘증권에 관해 중대한 영향을 미칠 소송’으로 봐 이 회사의 공시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지였다.

1·2심은 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임의경매개시 결정은 회생신청의 직접적 원인 중 하나로 증권에 중대 영향을 미칠 소송이 제기된 때에 해당함에도 대표 등이 정해진 기간 내에 공시하지 않아 투자자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경영진이 주주 1인당 80만~1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보고서 제출 대상인 ‘소송’은 같은 시행령 167조에서 규정한 ‘증권에 관한 소송’만을 의미하고, ‘증권에 관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모든 소송’을 포함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자본시장법상 보고 대상인 ‘소송’의 범위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대법원은 소송의 범위를 넓혀 해석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소송을 ‘증권에 관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모든 소송’으로 본다면 보고서 제출 의무가 있는 법인 스스로 제출 대상 소송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며 “그런데 ‘중대한 영향’이라는 문언은 명확하게 해석되기 어려우므로 그 해석에 따른 위험을 법인이 부담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결국 법인으로서는 미제출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소송이 제기된 모든 경우에 주요사항 보고서를 제출하는 결과에 이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기업이 거래소와 금융위 이중으로 공시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한 제도 도입 취지에 비춰 보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보고서 미제출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위반 여부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도 했다.

대법원은 “이런 법리에 비춰보면 임의경매개시 결정이 있었다고 해서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공시의무 사항으로 규정한 ‘소송’이 제기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고, 회사가 보고서를 제출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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