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주희 변호사의 이혼소송 이야기 (9)

부성애 vs 모성애, 그리고 재산분할의 현실

2026-01-05 13:00:04 게재

이혼소송은 단순히 부부 간의 갈등을 법적으로 정리하는 절차가 아니다. 특히 아이가 있는 사건에서 소송의 본질은 ‘누가 아이를 더 잘 키울 수 있는가’라는 문제로 귀결된다. 법정에서는 이를 친권과 양육권의 다툼이라 부른다.

과거에는 이 문제에 비교적 명확한 답이 존재했다. 이른바 ‘모성 우선의 원칙’이다. 영유아의 양육에는 어머니가 적합하다는 사회적 통념이 법적 판단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모성애가 본질적으로 양육에 유리하다는 믿음이 강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법원의 시각은 달라졌다. 단순히 성별에 따라 양육 적격성을 일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누가 주된 양육자였는지, 아이가 지금까지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그 연속성이 유지될 수 있는지가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즉, 부모의 권리가 아니라 아이의 권리를 중심에 두는 관점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재산분할 문제에서도 흥미로운 양상으로 나타난다. 유책배우자가 남성이고, 이혼 후 여성이 아이를 키우게 되는 경우, 일부 남성들은 전 재산 혹은 상당한 부분을 배우자에게 분할할 의사를 보인다. 그동안 여성 배우자가 아이를 잘 키웠음을 인정하고, 이혼 후에도 아이가 비슷한 환경에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 작용한 결과다.

반면 유책배우자가 여성이고, 이혼 후 남성이 아이를 키우게 되는 경우는 분위기가 다르다. 남성은 대체로 경제적 기반이 유지되는 반면, 여성은 자신의 기여분을 강하게 주장하는 경향을 보인다. ‘내가 벌어온 몫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청산적 사고가 전면에 등장한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부성애가 모성애보다 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단순한 결론이다.

실제로는 사회구조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여성은 임신과 출산, 양육 과정에서 경력 단절을 겪고, 남성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는 구조 속에 놓여 있다. 그 결과 이혼 후에도 경제적 자립이 쉽지 않다. 반면 남성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소득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실무에는 여전히 문제점이 존재한다.

첫째, 이혼조정 과정에서 유책배우자가 남성일 경우, 재산분할과 관련하여 법적 판단과 별개로 희생을 요구받는 관행이 존재한다. 이는 아이의 복리를 위한 합리적 재산 분배라기보다 성별에 따른 과도한 부담으로 비칠 수 있다.

둘째, 법원이 양육권을 판단할 때 ‘소 제기 시점’의 안정적 환경을 중시하는데, 이로 인해 소송 직전에 누가 아이를 확보했는지가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결국 부모가 소송을 앞두고 아이를 데려가는 ‘선점 경쟁’이 벌어질 위험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소 제기 이전의 양육 환경과 연속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진정한 안정적인 양육환경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혼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권리나 책임의 크기를 단순히 성별이나 특정 시점으로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복리와 안정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조정 단계에서는 유책 여부와 재산분할을 분리해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하고, 양육권 판단에서는 사건 전체의 양육 흐름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요구된다.

노주희

법무법인 새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