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

누리호 4차 발사라는 기준선

2026-01-06 13:00:01 게재

2025년 11월 27일 오전 1시 13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네번째 비행에 성공했다. 누리호는 차세대 중형위성 3호와 12기의 부탑재 큐브위성을 예정된 궤도에 투입했다. 발사부터 비행, 분리, 궤도 안착에 이르는 주요 비행 이벤트들은 모두 계획대로 수행됐고, 발사체와 탑재체의 상태 역시 정상으로 확인되었다. 결과만 보면 이번 발사는 또 하나의 성공의 기록이다.

그러나 누리호 4차 발사는 ‘성공했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되기에는 아까운 사건이다. 이미 2차 발사에서 완전한 성공을 경험했고, 3차 발사를 통해 그 성공이 우연이 아님도 확인했다. 그럼에도 이번 발사가 특별하게 읽히는 이유는 이 성공의 성격이 이전과 분명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누리호 4차 발사는 단순히 발사 횟수를 하나 더 늘린 사건이 아니라 한국 우주개발이 새로운 단계로 넘어갔음을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다.

누리호 1차 발사는 ‘성공적인 실패’로 불린다. 궤도 진입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발사체의 구조와 비행 특성을 점검할 수 있는 중요한 데이터를 남겼다. 2차 발사는 그 문제들을 해결하며 완전한 성공을 거두었고, 3차 발사는 동일한 체계가 다시 한번 정상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과정은 “우리가 발사체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시간이었다.

국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이전의 의미

이번 발사는 여전히 같은 누리호였지만, 누리호를 만드는 방식과 운영하는 구조는 이전과 같지 않았다. 발사체의 제작 조립 시험 체계종합의 대부분이 민간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수행했다. 이는 발사체 기술의 주도권이 국가에서 민간으로 본격적으로 이전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국가 주도의 발사체가 ‘증명해야 할 기술’이었다면, 민간 주도의 발사체는 ‘운용해야 할 수단’이 된다.

이번 발사의 탑재체 구성 역시 이러한 변화를 분명히 보여준다. 주탑재체인 차세대 중형위성 3호 외에도 12기의 부탑재 큐브위성이 함께 궤도에 올랐다. 이들 큐브위성은 대학 연구기관 민간기업이 각자의 목적을 담아 개발한 소형 위성들이다.

인하대학교의 INHA-RoSAT, 코스모웍스의 JACK-003·004,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ETRISat,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반의 K-HERO를 비롯해 세종대학교의 SPIRONE, 서울대학교의 SNUGLITE-Ⅲ 등이 발사 직후 교신에 성공하며 임무 준비에 들어갔다. 하나의 발사체가 이렇게 다양한 탑재체를 동시에 궤도에 올린다는 사실은 발사체가 특정 임무 하나를 위한 단발성 수단이 아니라 여러 사용자의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공용 인프라로 기능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발사체가 정기적으로 운용되기 시작한다면 그 위에 실려 우주로 향하는 탑재체들의 의미는 더욱 커질 것이다. 우주 실험과 기술 검증이 소수의 대형 프로젝트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규모의 연구와 산업 활동으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연구자들과 소규모 연구팀에게는 각자의 아이디어를 실제 우주 환경에서 시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로켓이 한번에 성공하는 것은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다. 발사체는 극한의 에너지와 정밀한 제어가 동시에 요구되는 시스템이며, 실제 비행환경은 지상시험으로 완전히 재현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중요한 것은 단 한번의 성공이 아니라 같은 설계와 같은 절차로 다시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이다. 누리호의 반복 성공은 발사체 체계가 성숙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젠 어떤 연구를 우주로 보낼지 질문해야

이제 한국 우주개발의 질문은 분명해졌다. “발사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얼마나 안정적으로 발사할 수 있는가”다. 민간 주도의 발사체 체계가 자리 잡기 시작한 지금, 다음 과제는 성공의 축적을 넘어 운용의 지속성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는 하나가 덧붙여진다. “무엇을 쏘아올릴 것인가”다. 발사체가 정기적으로 운용될수록 그 위에 실리는 탑재체의 성격은 더욱 중요해진다. 누리호 4차 발사가 다양한 큐브위성을 함께 궤도에 올린 것은 앞으로 우리의 우주 활동이 단일한 목적이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누리호 4차 발사는 하나의 성과이자 새로운 기준선이다. 이제 우리는 발사체의 성공 여부를 넘어, 어떤 연구와 어떤 아이디어를 우주로 보내고 싶은지 질문해야 한다. 이 기준선 위에서 한국 우주산업이 어떤 내용을 싣고, 어떤 속도로 나아갈지는 이제부터의 선택과 실행에 달려 있다.

전은지 카이스트 교수, 항공우주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