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최재해·유병호 공소제기 요구

2026-01-06 13:00:01 게재

‘전현희 표적감사 의혹’ 수사 결과 발표

“감사위원 권한 침해·결재 DB 삭제” 혐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등에 대한 감사원의 불법 감사 의혹을 수사해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검찰에 최재해 전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위원을 공소제기해달라고 요구했다.

공수처 수사1부(나창수 부장검사)는 6일 최 전 감사원장과 유 감사위원 (당시 감사원 사무총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로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전직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 기획조정실장, 특별조사국장, 특별조사국 제5과장 등도 같은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공수처에 따르면 최 전 원장과 유 위원 등은 2023년 6월 권익위 관련 감사보고서에 대한 감사위원들의 심의·확정 절차가 완료되지 않았고 주심 감사위원의 열람 결재가 되지 않았는데도 해당 감사보고서를 확정·시행한 혐의를 받는다. 감사위원들의 감사보고서 심의·확정 권한과 주심 감사위원의 열람 결재 권한을 침해하고 권리행사를 방해해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에 해당한다는 게 공수처의 판단이다.

감사원법상 감사원은 감사위원으로 구성되고 감사원 규정상 감사보고서는 감사위원들을 대표하는 주심위원의 열람 결재를 받아야 시행된다. 하지만 최 전 원장과 유 위원은 이를 무시하고 감사원 전산시스템을 조작해 주심 위원의 열람 결재 버튼을 없앤 후 독단으로 감사보고서를 시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헌법재판소는 최 전 원장의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 이같은 행위가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도 다만 주심 위원의 시행 지연을 막기 위해 부득이한 조치였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직권남용죄로 판단하지는 않은 바 있다.

공수처는 그러나 이 사건 감사보고서에 관해 주심 위원이 시행을 지연시킨 사실이 없었고, 주심 위원에게 결재가 상신된 지 불과 1시간여 만에 전산을 조작해 시행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통상 감사위원회의 변경의결 이후 시행까지 평균 18~19일이 걸리고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감사의 경우 2개월 이상 걸렸던 경우도 많았던 반면 이 사건은 감사위원회 변경 의결 이후 8일밖에 지나지 않아 시행 지연 상황이 아니었다는 게 공수처의 설명이다.

공수처는 또 감사보고서 본문 내용에 대해 감사위원들 전원이 심의해 구체적 문안을 확정하기로 의결했고, 이에 따른 문안 심의·확정 절차가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사무처 독단으로 문안을 확정·시행해 감사위원들의 심의·확정 권한까지 침해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최 전 원장과 유 위원 등은 전산 유지보수업체 직원을 시켜 전자감사관리시스템 데이터베이스 서버에 직접 접속, 주심 위원의 결제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삭제해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도 적용됐다. 이로 인해 주심 위원의 열람 결재 버튼, 반려 버튼은 물론 감사보고서 자체를 클릭할 수조차 없게 만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는 감사원 전산시스템 서버의 데이터 조작 내역을 면밀히 수사한 결과 피의자들이 검사보고서 시행 과정에서 시스템의 정상적인 처리과정을 거치지 않고 결제 관련 데이터들을 삭제해 전자감사관리시스템상 주요 기능을 상실시켜 해당 데이터베이스의 효용을 해한 사실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이와 함께 2022년 8월 감사원에 권익위에 대한 감사사항을 제보해놓고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제보 사실을 부인한 임 모 전 권익위 기획조정실장에 대해서도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공소제기를 요구했다.

한편 공수처는 전 전 위원장 표적감사 의혹과 관련해 지난 2022년 12월 고발을 접수했으나 감사원의 수사 비협조 등으로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해왔다. 지난 2023년 9월 감사원과 권익위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화했으나 한동안 별다른 진전이 없었고 이재명정부가 들어선 이후 다시 수사에 속도를 내 고발 접수 3년이 지나 수사결과를 내놓게 됐다.

공수처는 “이번 사건은 감사의 공정성과 적법성을 훼손하고 감사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킨 중대한 공직 범죄 사건”이라며 “사건 관계인들의 진술과 감사원 전산시스템 결재 내역, 데이터 변경 내역, 태스크포스 조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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