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안진회계, 현대해상에 26억 배상해야”

2026-01-06 13:00:02 게재

‘분식회계’ 회사채 매입 손해

서울고법, 원고 일부승소 판결

분식회계를 감추고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과 이를 눈감은 회계법인이 분식회계를 모른 상태에서 회사채를 매수했다 손해를 본 기관투자자에 거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합의18-2부(박선준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현대해상화재보험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과 안진회계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항소심에서 ‘한화오션은 26억여원을, 안진회계는 한화오션과 함께 26억여원 중 8억9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현대해상은 지난 2014년 2차례에 걸쳐 한화오션 회사채 200억원어치를 매수했다. 그러다 이듬해 7월 한화오션이 2조원대에 달하는 누적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고 숨긴 대규모 분식회계 사실이 알려져 채권값이 폭락하자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재판부는 “원고가 2014년 피고인 옛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를 취득한 것과 한화오션의 2012~2014년 사업보고서 등 각종 제출·공시, 안진회계의 감사보고서 거짓기재·부실감사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며 “따라서 원고가 회사채 매수로 인해 입은 손해에 대해 한화오션과 안진회계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피고들은 재판에서 “원고의 손해액은 분식회계가 공표돼야 발생하는 것으로, 그 이전에는 현실적인 손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원고가 회사채를 매수할 당시에는 예상 손해에 불과하여 손해배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피고들은 또 손해 발생 이후 채무재조정 결의를 통해 원고가 회사채 50%를 출자전환(채권을 주식으로 바꿔 받는 것)한 뒤 이 주식을 매도했고, 나머지 50%의 회사채는 원리금 전액을 상환받았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 사건에서 손해액은 ‘회사채를 취득하는 데 원고가 실제로 지출한 액수’에서 ‘원고가 이 사건 회사채로부터 회수하였거나 회수할 수 있는 액수’를 공제한 차액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로 인해 회사채 가치평가를 그르쳐 이를 취득한 사람이 입은 손해액은 매입 시점을 기준으로 삼아 회사채 취득가격에서 회사채의 실제 가치, 즉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가 없었더라면 형성됐을 회사채의 정상가격을 공제한 금액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회사채를 통해 회수 또는 회수 가능한 금액은 손익상계에 의해 공제할 성질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한편 재판부는 “분식회계 이외에도 회사채 시장의 전반적인 경제상황의 변화, 조선업의 경기 불황 등 다양한 요인이 원고가 입은 손해 발생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며 한화오션의 손해배상 책임을 전체 손해의 60%로, 안진회계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지난해 3월 한화에 70%, 안진에 30% 책임을 물린 바 있다.

이에 앞선 지난해 9월 서울고등법원 민사합의18-1부(왕정옥 부장판사)도 현대해상과 비슷한 시기 200억원 회사채를 매입한 전북은행이 분식회계와 부실감사로 손해를 입었다며 한화오션과 안진회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항소심에서 ‘한화오션은 22억7000만원을, 안진회계는 한화오션과 함께 22억7000만원 중 7억6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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