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절도’ 검찰 기소유예 취소

2026-01-06 13:00:02 게재

헌재 “증거판단 잘못 … 평등·행복추구권 침해”

무인 매장에서 1500원어치 과자 한개를 실수로 결제하지 않고 나갔다가 절도죄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재수생이 낸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가 인용해 기소유예 처분이 취소됐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소장 김상환)는 최근 재수생 김 모씨가 수원지검 안산지청의 기소유예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재판관 9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헌재는 해당 처분이 김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청구인에게 절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검사)은 청구인(김씨)에게 절도죄가 성립함을 전제로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며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입 재수학원을 다니던 김씨는 지난해 7월 24일 밤 10시 32분쯤 경기도의 한 무인 아이스크림 점포에서 1500원 상당의 과자 한 봉지를 결제하지 않고 가져간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됐다.

당시 김씨는 아이스크림 4개와 과자 1개를 계산대로 가져왔으나, 과자를 빼놓은 채 아이스크림 4개와 비닐봉지 값 등 3050원만 결제했다. 또 냉동고 위에 올려둔 800원짜리 아이스크림 1개를 다시 냉동고에 넣지 않아 녹게 했다.

매장 주인은 김씨가 과자를 훔치고 아이스크림이 녹아 손해를 봤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는 매장 주인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10만원을 지급했고, 매장 주인은 합의서를 제출하며 선처를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씨가 합계 2300원의 물품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형사재판에는 넘기지 않되 범죄 사실은 인정된다는 취지다.

이에 김씨는 “아이스크림을 절취한 사실이 없고, 대학 입시 준비로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음악을 들으며 물건을 고르다 실수로 과자 결제를 누락했을 뿐 절취의 고의는 없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우선 아이스크림 절도 혐의에 대해 “CCTV 영상에 따르면 김씨는 아이스크림을 냉동고 위에 올려둔 채 방치했을 뿐 이를 가져간 사실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절취의 의도를 가지고 아이스크림을 가져갔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과자에 대해서도 “절취의 고의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김씨는 아이스크림 4개의 대금을 정상적으로 지불했고 비닐봉지 값 50원도 별도로 입력해 결제했다”며 “다른 물품은 모두 계산하면서 과자만 고의로 계산하지 않았다고 볼 만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김씨가 휴대전화를 수시로 확인해 결제 내역 문자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추가 결제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음악을 바꾸는 등 다른 목적으로 휴대전화를 확인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휴대전화를 꺼내 확인했다는 사정만으로 절취의 고의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검찰은 사무실 냉장고에서 합계 1050원 과자 두 개를 꺼내 먹었던 한 물류회사 하청업체 보안직원을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 논란을 빚었고, 2심에서 무죄가 나오자 상고를 하지 않고 받아들인 바 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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