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새마을금고, 중앙회 상대 276억 패소
사무소 이전 명분 부동산 투자, 중앙회 시정 지시
신촌금고 ‘중앙회 방해 때문에 잔금 못치러’ 소송
법원 “위험한 사업 과도한 투자로 손실” 원고 패소
지역단위 새마을금고가 금고중앙회의 방해로 거액의 투자금을 잃었다며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중앙회의 방해가 아니라 단위금고의 잘못된 투자를 손실의 원인이라고 봤다. 이 투자는 결국 해당 단위금고가 인근 금고에 합병돼 사라지는 결과를 낳았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4부(정하정 부장판사)는 지난달 10일 신촌새마을금고가 ‘분양계약과 관련한 위법한 가해행위를 했고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며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상대로 낸 27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심 패소 판결했다.
신촌금고는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폐건물 부지(신촌역 4번출구 인근)가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돼 고층건물이 들어설 상황이 되자 이 건물로 주사무지를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신촌금고는 중앙회로부터 주사무실 이전에 대해 ‘적정 의견’ 승인도 받았다. 이에 따라 2023년 4월 해당 건물 지하 1층과 지상 1~2층을 418억원에 분양받기로 시행사와 최종 계약했다. 계약금과 중도금 명목으로 276억원(총 대금의 66%)도 납부했다.
하지만 중앙회는 같은 해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신촌금고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해당 계약과 관련해 시정조치와 제재를 내렸다. 겉으로는 분양계약이지만 실제로는 부동산개발사업 투자의 성격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근거는 신촌금고가 최종 계약 이전에 맺었던 양해각서(MOU)였다. 중앙회 승인 과정에는 제출되지 않은 이 각서에 개발사업 관련 조항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신촌금고는 잔금을 납부하지 못했고 해당 건물 시행사 역시 자금난에 빠지며 은행 등 대주단의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한 상황에 몰렸다. 결국 해당 부지는 공매로 넘겨졌고 후순위 채권자였던 신촌금고는 276억원을 전부 잃었다. 이 손실로 부실 금고로 전락한 신촌금고는 결국 지난해 5월 인근 독립문새마을금고로 합병됐다.
신촌금고는 ‘문제가 된 MOU는 법적 효력이 없는 잠정적 합의 성격의 문서였는데, 중앙회가 이를 문제 삼아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입혔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피고(중앙회)가 원고(신촌금고)의 상가 주사무소 이전에 관해 적정 의견으로 승인했다가 이후 현장검사 및 시정지시를 통해 분양대금 잔금 이행에 주의할 것을 지시하고, 원고 이사장 및 전무에 대한 제재조치 등을 요구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하지만 피고가 원고에 대해 분양계약과 관련한 위법한 가해행위를 했고 그로 인해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양해각서에는 △원고가 사업 초기자금 400억원을 제공해 이 자금에 상응하는 상가 부분을 받고 △사업종료시 개발 순수익의 30%에 해당하는 금액 상당의 상가 부분을 추가로 받기로 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며 “따라서 양해각서는 원고가 개발사업에 자금을 투입하고 그 이익을 배분 받는 공동사업 참여 약정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봤다.
이어 “게다가 원고는 2023년 3월 이같은 개발사업 투자에 따른 수익취득 구조가 새마을금고법이 금지하는 ‘금고의 재산을 투기 목적 등으로 처분 이용하는 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법률자문을 받았음에도 피고에게 MOU의 존재와 그에 따른 63억원 선집행 사실을 알리지 아니한 채 통상의 업무용 부동산 취득인 것처럼 보고해 피고의 적정 승인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는 2023년 9월 시정지시에서 분약계약과 관련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공사 및 분양 진행 현황을 고려해 잔금을 지급하기 바라며, 공사 및 분양이 더디게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중도금 및 잔금을 과도하게 지급해 금고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취지로만 요구했을 뿐, 명시적으로 분양대금 잔금의 지급을 금지하거나 계약 이행을 중단할 것을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같은 해 10월 개최된 원고의 임시이사회에서 전무가 분양대금 잔금 지급과 관련해 ‘지금부터 자금 집행하는 부분은 금고에 손실을 끼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이사장도 이에 동조해 ‘지금 상황에서 더 이상 자금집행이 될 수 없다. 지금부터는 더 이상 자금 집행에 응해주면 안되고 더 이상 현혹되면 안된다’고 발언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원고가 이미 2023년 10월쯤 내부적으로 분양대금 집행에 대해 스스로 부정적인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설령 원고가 잔금을 모두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이 사업이 정상적으로 완공돼 수익을 남기고 종료됐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는 본질적으로 이 사건 분양계약의 구조나 관련 담보 확보 수준에 내재돼 있던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라며 “피고의 시정지시나 제재요구 등의 조치들과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