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정림건축, 세무서장 ‘고문료 약속’ 벌금
2심도 법인·대표에 100만원 각각 선고
“고문계약은 형식 … 청탁금지법 위반”
퇴직을 앞둔 지역 세무서장에게 고문료 지급을 약속하는 관행을 이어온 기업인들이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퇴직 예정 공직자와 고문계약을 맺기로 한 것이 금품 제공 합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3형사부(소병진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주식회사 보령(보령그룹 지주사) 안 모 전 대표이사와 해당 법인, 정림건축종합건축사무소 재무·회계 총괄 임원 정 모씨·법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모두에게 각각 1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사건은 보령과 정림건축이 서울 종로세무서장 A·B씨가 재직 중이던 2019년과 2020년 전화 통화 등을 통해 퇴직 후 고문료 명목으로 매월 110만원씩을 1년 또는 2년간 지급하기로 사전 합의한 것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에게 1회 100만원 초과 또는 회계연도 300만원 초과 금품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1심 법원은 지난해 1월 해당 고문계약이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정당한 거래로 보기 어렵고, 실제 세무자문이 이뤄졌다고 볼 객관적 자료도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관내 기업들이 퇴직 예정인 종로세무서장을 상대로 고문계약을 체결하는 관행이 있었던 점을 지적했다.
A 전 서장의 경우 퇴직 후 1년간 관내 57개 업체로부터 총 6억9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고, B 전 서장은 47개 업체로부터 4억6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관행은 납세자와 세정 소통을 목적으로 설치된 세정협의회를 고리로 형성됐다. 세정협의회는 일선 세무서 단위로 운영되며, 기업인들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기구다.
항소심도 1심과 같은 결론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A·B씨와의 고문계약은 추가적인 세무자문의 필요성이 있어서 내부 제안 절차를 거쳐 체결된 것이 아니다”라며 “피고인들은 전화로 간단한 자문을 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계약이 실제 자문을 목적으로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피고인들은 재판 과정에서 “퇴직 공무원과 체결한 정당한 자문 계약이며, 고문료 지급은 채무 이행에 해당한다”면서 “퇴직 후 계약서가 작성됐으므로 현직 공직자에 대한 금품 제공이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편 피고인들은 2심 선고 후 지난달 23일과 26일 각각 상고장을 제출했다. 보령과 정림건축은 2심 결과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