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논란’ 장기화…사회적 손실 우려
유산청, 시 설명회 불허 등 갈등 되풀이
“정부-서울시 갈등해소 공론구조 시급”
서울 종묘 인근 개발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진영 대결까지 유발한 종묘 논란이 지속될 경우 갈등 확산을 넘어 막대한 사회적 비용까지 치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6일 서울시는 국가유산청이 종묘 현장 설명회 및 사진 촬영을 불허하자 “중앙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며 공개 반박에 나섰다.
시 안팎에서는 설명회 불허가 단순한 절차 논란이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종묘 인근 고층 개발을 둘러싼 서울시와 정부 간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된 장면이라는 것이다. 시는 세운지구 재개발 등 도심 정비와 주택 공급을 위해 일정 수준의 고도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의 경관 보존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며 충돌을 되풀이 하고 있는 상황이다.
갈등은 국정 최고위 단계까지 번진 상태다. 국무총리가 현장을 방문했고 대통령도 업무보고 자리에서 종묘 인근 개발 문제를 직접 언급하며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정부 내에서도 문화재 보존과 도시 정책을 둘러싼 시각차가 노출됐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부담을 떠안게 된 건 세운지구 주민들이다. 세운4구역을 비롯한 인근 주민들은 “20년 넘게 개발을 기다려 왔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사업 지연이 장기화되면서 개발을 맡았던 건설사가 사업에서 손을 떼는 일도 발생했다. 금융비용 증가와 사업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주민들은 소송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은 해당 논란이 지방선거까지 이어지는 경우다.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여야는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종묘 이슈가 선거전 한복판에 소환된다면 갈등은 커지고 해법 논의는 실종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 예상이다.
전문가들은 갈등 장기화의 사회적 비용을 우려한다. 도시정비 사업이 멈추면 금융비용과 사회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주택 공급 지연, 도심 경쟁력 약화, 주민 재산권 침해 논란도 뒤따른다.
동시에 세계유산 관리 기준이 불명확한 상태로 남을 경우 다른 문화재 인접 지역 개발에도 연쇄적으로 불확실성이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학계와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세계유산 영향 평가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중앙정부-지방정부-주민이 참여하는 공동 협의 구조를 상설화하며 △경관 훼손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단계적·차등적 고도 조정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한 갈등관리 전문가는 “종묘 보존과 도시 발전은 제로섬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조율하는 방식이 문제인데 다른 사안들로 갈등을 키우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충돌이 계속되면 사회·경제적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수 있다”며 “논란을 방치하거나 정쟁 소재로 활용하는 것을 멈추고 갈등을 관리하고 해소할 수 있는 공론 구조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