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국산 화장품 유통 ‘밀수’ 무죄

2026-01-08 13:00:34 게재

서울중앙지법 “포괄·사후 특정 압수는 위법, 수입신고 의무 없어”

면세점에서 구매한 국산 화장품을 국내에 유통한 혐의로 기소된 유통업체 대표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효력이 없고, 관세법상 밀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8부(한대균 부장판사)는 지난달 17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관세)·관세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통업자 문 모씨와 김 모씨, 법인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서울본부세관 특별사법경찰이 수사한 이 사건을 2023년 8월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공소장에 문씨와 김씨가 공모해 2019년 9월부터 다음 해 6월까지 84회에 걸쳐 국산화장품 23만1300점(시가 93억8300만원 상당)을 서울 시내 면세점에서 구입한 뒤 국외로 반출하지 않고 국내에서 판매한 밀수입 혐의를 적용했다. 문씨 등은 출국이 예정된 외국인들을 아르바이트로 동원해 이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또 이렇게 확보한 화장품을 국내에서 유통하는 것처럼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혐의도 받는다.

하지만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 사건 화장품은 관세법에 따른 수출 신고가 수리된 물품이 아니므로 외국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처음부터 외국물품이 아니었기에 밀수입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다.

압수수색 절차의 하자도 지적됐다. 세관이 2020년 6월 임의제출로 압수한 화장품 23만여점에 대해 당시 압수목록에 품목수량·LOT(거래 물량) 번호별로 특정하지 않은 게 문제가 됐다.

재판부는 “2020년 7월 이미 품명·수량·LOT·제조번호를 확인하고도 상세 압수목록 교부를 게을리한 것은 수사 편의를 위한 것으로,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면서 “압수물이 없었다면 화장품 제조사를 통해 면세점 납품 여부를 확인할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확한 유통 경로에 대한 증명이 없어 창고에 보관된 화장품이 밀수품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압수목록 교부 절차에 위법이 있었던 이상,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처분에 관해서도 같은 위법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각 증거는 위법한 압수처분을 기초로 수집된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결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23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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