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소환’ 경찰, 쿠팡 수사 속도전

2026-01-09 13:00:17 게재

정부·여당도 전면 가세

금융검사·피해센터·TF

쿠팡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 속도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정부 부처와 정치권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시작된 수사는 경영진 소환으로 이어졌고, 금융 검사와 소상공인 피해 대응에 국회 차원의 태스크포스(TF) 출범까지 맞물리며 사안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경찰청에 꾸려진 쿠팡 종합TF는 최근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대표에게 피고발인 신분 소환을 통보하고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경찰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쿠팡이 발표한 자체 조사 결과가 어떤 절차와 판단을 거쳐 나왔는지를 수사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유출자 접촉과 증거 확보 과정이 수사기관과의 협의 없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이른바 ‘셀프 조사’ 논란의 적절성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박대준 전 쿠팡 대표에 대해서도 소환 조사를 마쳤다. 박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과의 식사 자리에서 쿠팡에 취업한 김 의원 전 보좌관의 인사 문제를 논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약 4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당시 대화 내용을 중심으로 청탁이나 부당한 영향력 행사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 수사는 개인정보 유출 사안에 그치지 않고 산업재해 의혹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경찰은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고 장덕준씨 사망과 관련한 산업재해 은폐 의혹을 병행 수사 중이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와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경찰은 유족과 노동계로부터 근로계약서와 폐쇄회로(CC)TV 영상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해, 사망 경위와 사고 이후의 대응 과정을 함께 살펴보고 있다.

정부 부처의 대응도 잇따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쿠팡 계열사 쿠팡파이낸셜의 ‘판매자 성장 대출’을 대상으로 공식 검사에 착수했다. 현장 점검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검사로 전환한 것으로, 금리 산정의 적정성과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 여부가 핵심 점검 대상이다. 입점업체 정산금을 사실상 담보로 묶어둔 구조에서 고금리가 적용됐는지도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연합회와 함께 ‘쿠팡 사태 소상공인 피해 신고센터’를 열고 피해 사례 접수에 나섰다. 개인정보 유출 이후 매출 감소나 거래 차질을 겪은 입점업체들의 사례를 모아 범정부TF와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치권의 대응도 본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쿠팡 바로잡기 TF’를 출범시키고, 쿠팡의 불공정 거래 관행과 사회적 책임 문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TF는 국회 상임위별 입법 과제 점검과 관계 부처의 조사·조치 이행 여부 확인, 쿠팡 경영진과의 논의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국회 안팎에서는 개인정보 유출과 노동·산재, 불공정 거래 논란이 동시에 불거진 만큼, 사안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TF의 주요 의제에는 택배기사와 물류센터 노동자의 과로사 방지, 유통·배송 과정에서의 비용 전가 문제, 개인정보 유출 재발 방지와 피해 보상, 공정거래위원회의 김범석 총수 지정 문제, 광고·마케팅 비용 강요로 인한 입점업체 피해 등이 포함됐다. 개별 사건을 넘어 플랫폼 구조 전반을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경찰 수사가 경영진 책임 규명으로 빠르게 향하는 가운데, 금융·산업·중소상공인 정책 당국과 국회까지 동시에 움직이면서 쿠팡을 둘러싼 압박 수위는 한층 높아지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을 계기로 촉발된 논란은 이제 플랫폼 기업의 지배력과 책임 구조, 규제 체계 전반을 묻는 국면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장세풍·이재걸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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