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AI’ 선점 나선 서울시
양재·수서 잇는 로봇벨트
실증도시 추진, 규제 넘는다
서울시가 ‘피지컬(움직이는) AI’ 시대를 본격적으로 준비한다.
시는 8일 양재와 수서를 잇는 ‘서울형 피지컬 AI 벨트’를 구축해 로봇과 AI가 실제로 작동하는 도시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AI 기술 개발과 연구는 양재에서, 로봇 실증과 산업 집적은 수서에서 담당하는 이원화 전략이다. 생성형 AI를 넘어 실제 공간에서 인지·판단·행동을 수행하는 ‘움직이는 AI’를 도시 전반에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양재 일대는 AI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된다. 서울시는 기존 서울AI허브에 더해 ‘서울 AI 테크시티’ 조성을 추진 중이다. 국내외 연구기관과 AI 기업을 유치해 산·학·연 협력 생태계를 만들고 주거·문화 기능을 결합한 자족형 혁신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일대는 AI 분야 지역특화발전특구로 지정돼 규제 특례를 적용받고 있다.
수서역세권에는 로봇 연구개발과 실증을 담당할 ‘수서 로봇클러스터’가 들어선다. 2030년까지 로봇테크센터 로봇벤처타운 테스트베드 등을 단계적으로 구축해 피지컬 AI 기반 로봇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도시 공간에서 로봇이 작동하는 ‘로봇친화형 도시’를 지향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서울시는 실증을 통해 규제 개선 성과도 축적해 왔다. 자율주행 배달로봇의 공원 출입 제한 문제를 규제샌드박스와 실증으로 풀어내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을 이끌어냈고 이후 다수 기업이 도심 실외 실증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시는 그동안 서울AI허브 운영, 로봇플러스 테스트필드 구축,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 개관, 서울 AI 로봇쇼 개최 등 AI·로봇 정책을 단계적으로 추진했다. 이번 구상은 개별 사업을 넘어 기술 개발·실증·제도·도시 적용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겠다는 시도다.
새로운 기술 흐름에 발맞추려는 서울시의 방향성은 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예산과 집행력을 두루 갖춘 서울시가 관련 산업 활성화에 앞장서면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로봇친화형 도시 구상이 실험을 넘어 산업 경쟁력과 시민 체감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과제로 남는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이 산업현장을 넘어 일상생활에서 활발하게 쓰이는 것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며 “공공이 할 수 있는 지원 방법이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들에게 꼭 필요한 실증기회 제공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