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헌금’ 의혹 핵심들, 전화 교체 정황
‘김병기 탄원서’ 전 구의원 “1천만원 전달”
고발인 조사 계속 … ‘2천만원’ 전 구의원도
더불어민주당 ‘공천헌금’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굼뜨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의혹 핵심 인물들이 자신의 문자대화 내용을 삭제하거나 휴대전화를 교체한 정황이 잇따르고 있다.
9일 각 언론 취재를 종합하면 강선우 의원에게 1억원을 공여한 의혹을 받는 김경 서울시의원은 7일 밤 텔레그램 메신저에 재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시의원의 번호를 저장한 사용자의 텔레그램에 신규가입 메시지가 뜬 것. 신규가입 메시지는 사용자가 메신저를 탈퇴 후 재가입하거나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했을 때 지인들이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김 시의원은 이날 카카오톡 새 친구 목록에도 등장했다. 이 또한 주로 이용자가 카카오톡에서 탈퇴 후 재가입했을 때 연락처를 이미 아는 사람에게 뜨는 알림이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김병기 의원의 배우자 비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도 최근 텔레그램에 가입했다는 메시지가 표출됐다. 다만 재가입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 의원 대신 전 동작구의원들의 공천헌금을 받고 돌려준 것으로 지목된 이 모 구의원 역시 최근 휴대전화를 교체한 정황이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안드로이드 기반 기기에서 아이폰으로 변경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정 편입학·취업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의원의 차남도 텔레그램에 신규 가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휴대전화 통신조회 가능 기간은 1년이다. 강 의원 사건은 2022년, 김 의원 사건은 2020년이다. 실물 휴대전화·PC 확보가 시급한 이유다.
현재 공천헌금 의혹은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서 도맡고 있다. 고발이 단기간에 몰렸지만 의혹이 불거진 지 2주가 다 되도록 초기 수사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은 이달 6일 김 시의원이 제공한 1억원을 보관했다는 의혹을 받는 강 의원의 전직 보좌관 B씨를 피의자 조사하면서 제출받은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상태다.
한편 김 의원에게 공천헌금을 건넸다는 탄원서를 작성한 전 동작구의원측은 8일 경찰 조사에서 금전 공여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2023년 말 당시 민주당 소속이던 이수진 전 의원에게 ‘김 의원측에게 1000만원을 제공했다가 돌려받았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한 인물이다.
탄원서는 이 전 의원의 보좌관이 당시 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실 보좌관이던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게 전달됐으나, 감찰이나 조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에 시민단체들이 김 실장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탄원서는 또한 동작경찰서에도 전달됐는데, 경찰은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을 입건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2024년 김 의원이 배우자에 대한 수사를 무마해 달라고 당시 국민의힘 실세였던 모 의원에게 청탁하려 했다는 의혹도 불거지면서 해당 의원과 전 동작경찰서장 등은 결국 청탁금지법 위반,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됐다.
고발장을 낸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대표는 9일 오후 경찰에 출석해 고발인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A씨와 같은 탄원서에서 김 의원 부인에게 2000만원을 전달했다가 돌려받았다고 주장한 전 동작구의원 B씨도 같은 날 피의자 조사를 받는다.
김 의원측은 ‘총선을 앞두고 제기된 사실무근 음해’라며 강하게 부인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