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수출 15억달러…농심 총공세
한류 확산 3년새 두배 성장 … 농심 신라면 '해외 2조원 브랜드' 정조준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한국 라면 수출이 사상 최초로 연간 15억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글로벌 K콘텐츠 확산과 맞물려 ‘K라면’이 하나의 문화 상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식품 수출 지형도 바뀌고 있다. 업계 맏형인 농심은 생산 인프라 확충과 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12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라면 수출액은 전년대비 21.8% 증가한 15억2100만달러(약 2조2000억원)로 잠정 집계됐다. 역대 최대 규모다. 2022년 7억6500만달러와 비교하면 불과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K팝·K드라마 등 한류 확산이 수출증가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서는 걸그룹 ‘헌트릭스’ 멤버가 김밥과 컵라면을 먹는 장면이 등장하며 해외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라면이 더 이상 단순한 식품이 아니라 한국 문화를 상징하는 콘텐츠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라면 업계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해외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부터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케데헌’ 협업 제품을 선보였고, 유럽에는 판매 법인을 설립하며 현지 유통망을 강화했다.
삼양식품 역시 중국 저장성 자싱시에 짓고 있는 첫 해외 공장의 생산 라인을 당초 계획보다 2개 늘려 총 8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업계 선두인 농심은 글로벌 전략을 한층 더 공격적으로 가져간다는 방침이다. 농심은 2030년까지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을 61%까지 끌어올리고, 총매출 7조3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국가별 소비 트렌드에 맞춘 제품 현지화와 브랜드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생산 인프라 투자도 가속화하고 있다. 농심은 올해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수출 전용 공장을 건설 중이다. 약 2000억원이 투입되는 이 공장이 가동되면 농심 연간 수출용 라면 생산 능력은 현재 두배 수준으로 늘어난다. 향후 라인 증설을 통해 최대 세 배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농심은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판매 중인 신라면을 ‘해외 매출 1조원 브랜드’를 넘어 ‘2조원 글로벌 브랜드’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 생산 능력 확대, 케데헌을 비롯한 K컬처 연계 제품의 출시 국가 확대, 제품 라인업 다각화 및 현지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실제 제품 전략도 공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김치볶음면’을 출시한 데 이어 같은 달 K팝 그룹 에스파를 신라면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했다. 12월에는 출시 40주년을 맞아 프리미엄 제품인 ‘신라면 골드’를 선보이며 브랜드 외연을 넓혔다.
해외 수요 대응을 위한 생산 거점 확충도 잇따르고 있다. 농심은 2024년 10월 미국 제2공장에 용기면 고속 생산라인을 추가해 현지 컵라면 수요 증가에 대응했고, 부산 수출 전용 공장 건설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조직 측면에서도 글로벌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농심은 지난해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글로벌 사업과 신사업을 아우르는 전략 실행력을 강화했다. 중장기 성장 동력 발굴과 해외 사업 확장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농심 관계자는 “7대 전략 국가를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을 가속화할 계획”이라며 “미국·중국·일본 등 기존 핵심 시장뿐 아니라 멕시코와 브라질, 인도, 영국 등 성장성과 시장 규모를 겸비한 국가를 겨냥해 맞춤형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