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도요타 현대차 ‘3사 3색’

2026-01-12 13:00:01 게재

미국의 관세·전기차 정책 격변 속 엇갈린 전략과 성적표 … 현대차 존재감 확대

2025년 미국 자동차시장은 관세 확대와 전기차(EV) 정책 급변이라는 복합 변수에 흔들리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희비가 뚜렷하게 갈렸다. 독일 폭스바겐, 일본 도요타, 한국 현대자동차는 같은 시장에서 다른 전략과 성과를 보여주며 ‘3사 3색’ 행보를 보였다.

◆폭스바겐, 전기차 올인 전략, 정책급변 직격탄 = 뉴욕타임즈는 2025년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업체로 폭스바겐을 꼽았다. 관세 부과와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의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미국판매가 전년대비 20% 급감했고, 연간 판매도 약 33만대로 13% 줄었다.

폭스바겐은 2022년 미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바탕으로 외국계 업체 중 가장 먼저 현지 전기차(ID.4) 생산에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후 최대 7500달러에 달하던 전기차 세액공제가 폐지되자 판매가 급격히 위축됐다. 2025년 4분기 ID.4 판매는 전년대비 60% 감소했다.

폭스바겐의 위기는 미국 소비자 수요가 전기차에서 하이브리드로 이동하는 상황에서도 하이브리드 모델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멕시코·유럽 생산 비중이 높은 탓에 자동차·부품 관세 부담까지 더해지며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 모두 압박을 받고 있다.

또 독일 완성차업체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5년 미국판매가 약 1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며, BMW는 연간 기준으론 5% 증가했지만 4분기에는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 하이브리드 중심 전략으로 안정 성장 = 도요타는 정책 변동성 속에서도 가장 안정적인 성과를 거둔 업체로 평가된다. 도요타는 2025년 미국에서 215만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8.1% 성장했다. 고급 브랜드 렉서스 판매량 37만대를 포함할 경우 252만대에 이른다.

도요타의 강점은 하이브리드 중심의 다층적인 파워트레인 전략이다. 도요타 측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거의 절반이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충전 인프라 부담없이 연비와 친환경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는 최근 미국 소비자들의 선택지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미국 현지생산 비중도 48%에 달해 관세 충격이 경쟁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속도 조절론’의 가장 큰 수혜자로 도요타를 꼽는다.

◆현대차그룹, 균형 전략으로 상승세 = 현대차그룹은 미국시장에서 전기차·하이브리드·내연기관을 병행하는 ‘균형 전략’으로 존재감을 키웠다. 현대차그룹 공식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183만대(현대차 98만대, 기아 85만대)를 판매했다. 전년대비 7.5% 증가한 수치다.

미국시장에서 확고한 중견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현대차와 기아는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전기차, 내연기관 모델을 고르게 운영하며 정책·수요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였다.

특히 하이브리드와 SUV 중심 라인업은 최근 미국 소비자 트렌드 변화와 맞물리며 판매확대에 기여했다. 전기차 투자를 유지하면서도 특정기술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은 전략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유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중심 전략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미국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을 포함한 ‘완충 장치’가 필수적”이라며 “현대차와 도요타는 균형전략 효과를 입증했고, 폭스바겐은 전략 재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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