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통신용 지상기기에 디자인 옷 입혔다
용산구 ‘도시의 비밀 상자’
표준형·특화형으로 재단장
서울 용산구가 도시 미관을 해치던 한전 지상기기에 공공디자인 옷을 입혔다. 용산구는 지난해 약 3개월에 걸쳐 시범사업을 진행해 시민 일상에 스며드는 시설물로 탈바꿈시켰다고 13일 밝혔다.
한전 지상기기는 전력과 통신 등 도시기능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지만 거리 경관을 해치고 보행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로 인식돼왔다. 여러 지자체가 외관 개선을 하고 있지만 주로 안전 확보와 관리 중심이다.
용산구는 전력시설을 단순히 ‘가려야 할 대상’이 아닌 도시 곳곳에 숨겨진 보물상자라는 의미의 ‘도시의 비밀상자(Urban Secret Box)’로 설정했다. 본래 기능은 유지하면서도 시민들이 앉거나 만져보는 등 직접 이용할 수 있는 요소를 더해 즐거움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취지다.
사업 대상지는 모두 3곳이다. 녹사평광장과 이태원전망대 앞 보도에는 각 두개가 있고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4번 출구 일대에는 한 개가 있다. 구는 표준형과 특화형으로 구분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표준형은 초고성능 콘크리트(UHPC) 외장재를 활용해 외관을 단정하게 정리한 기본 모형이다. 도심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도록 안정성과 내구성을 고려했다.
특화형은 장소 특성에 따라 놀이형 시설조합형 그래픽형으로 다시 나뉜다. 놀이형은 회전하는 공을 직접 만지고 움직일 수 있는 모형으로 아이와 보호자가 자연스럽게 반응하며 잠시 머물 수 있다. 공원이나 광장 등 비교적 여유 있는 곳에서 소규모 놀이 요소로 활용할 예정이다. 시설조합형은 지상기기에 의자와 탁자를 결합하고 반려견 목줄 거치대 등 생활 편의시설을 더한 형태다. 분산돼 있던 시설을 하나로 묶어 대기와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지하철 출입구나 공중화장실 인근 등 생활 동선과 맞닿은 장소에 적용한다.
그래픽형은 지역 이야기와 이미지를 외관에 담아 공간 인지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구는 ‘2025년 용산구 가설울타리 디자인 공모전’ 수상작 등을 활용해 무채색 시설물에 시각적 변화를 주고,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했다.
용산구는 시범사업에 이어 올해는 이태원 일대 지상기기 10개 이상에 새 디자인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도시 시설 정비의 새로운 모형을 제시할 방침이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크지는 않지만 주민들이 매일 마주하는 시설을 어떻게 더 잘 쓰고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 결과”라며 “작은 시설부터 이용과 편의를 함께 고려한 개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