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국 수출통제 위협속 해저 희토류 채굴 본격화
어제 태평양 자국 EEZ 해저에 탐사채굴선 보내
세계 첫 해저 탐사 시도 … 중국 의존도 60% 넘어
중국이 전략물자 수출통제에 나선 가운데 일본이 독자적인 희토류 탐사 및 채굴에 나섰다. 사실상 세계에서 처음으로 심해 바다 밑에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희토류를 자원화하겠다는 구상이어서 성공 여부가 주목된다.
일본 주요 언론은 일본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가 운용하는 심해탐사선 ‘치큐호’가 12일 오전 시즈오카시 시미즈항을 출발했다고 13일 보도했다. 이 탐사선은 도쿄에서 남동쪽으로 1950㎞ 떨어진 자국 영토 미나미토리시마 인근 해역에서 다음달 중순까지 여러개의 파이프를 연결하는 작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일본 내각부가 추진하는 ‘전략적 이노베이션프로그램’(SIP)의 일환으로 시행하는 이 작업은 해저 6000미터까지 파이프를 설치해 희토류가 포함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진흙덩어리를 끌어올리는 작업이다. 이 작업은 진흙에 바닷물을 섞어 부드럽게 만들어 파이프를 통해 선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을 활용할 예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첫 출항을 통해 다음달부터 매일 350톤 가량의 진흙을 채굴하는 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을 통해 희토류 성분을 분리하고 정제하는 검증을 하면서 일련의 공정에 필요한 비용 등도 추산한다.
도쿄대 등의 추산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가 경제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하루에 3500톤 이상을 채굴해야 채산성이 있다. 중국에서 값싼 희토류의 수입이 지속적으로 보장되면 경제적으로 무리한 프로젝트라는 분석이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추정에 따르면, 채굴 비용은 중국산 희토류의 시중가격에 비해 몇배 또는 그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일본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희토류 자급에 나서려는 데는 중국이 언제 관련 물자의 수출을 통제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이달 초 민수용과 군수용으로 동시에 활용될 수 있는 물자에 대한 대일본 수출을 규제한다고 발표했다.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품목이 규제 대상인지, 희토류 관련 품목이 포함되는지 등은 불확실하지만 언제라도 수출통제에 대비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다.
오노다 기미 과학기술부 장관은 이번 시범사업에 대해 “안정적으로 국산 희토류 공급을 실현하는 것은 경제안전보장상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2030년 경부터 본격적인 상업적 채굴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일본의 희토류 자원 비축량은 6개월에서 1년 정도 수준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공식 비축량을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노무라증권 등 민간기관은 길어야 1년 정도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과 외교적 갈등이 길어지고, 희토류 수입이 장기간 중단되면 일본의 각종 주력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중국이 1년간 수출을 통제할 경우 일본의 관련 산업분야는 약 2조6000억엔(약 24조원)에 이르는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전기자동차(EV)와 하이브리드자동차, 각종 전자부품, 의료기기 등의 생산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실질국내총생산(GDP)도 0.4%p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일본의 대중국 희토류 의존도는 갈수록 줄고 있다. 2010년 대중국 의존도가 90%였던 것에서 2024년 기준 63%까지 떨어졌다. 2010년 센카쿠열도 영토분쟁으로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면서 위기를 느낀 일본이 수입처를 베트남(32%)과 태국(5%) 등으로 다변화했기 때문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